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당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뛰어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아이들을 힐끔 쳐다본 다음에 아무런 훈육을 하지 않고 계속 밥을 먹는 부모들을 볼 때 어떠한 생각과 느낌이 드는가? 최근의 젊은 부모들은 아이를 키울 때 애정의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훈육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양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감정적으로 화를 내면서 야단치지 말고, 절대로 때리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훈육의 포기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은 아주 어릴 적부터 훈육을 시켜야 효과가 있다. 이때 가장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하는 것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지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만 3세 미만의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점을 모르는 상태에서 문제가 되는 언행을 보인다. 그럴 때 하는 부모의 역할이 바로 가르치기다.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인식하는 상태에서 문제 행동을 보일 때는 야단을 칠 수 있지만, 아직 잘잘못을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문제 행동을 보일 때는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예절을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를 감정적으로 심하게 꾸짖거나 인격을 비난하는 것은 주의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식당에서 가만히 앉아 밥을 먹지 않는 아이가 있다. 이 경우에는 엄마가 아이의 관심을 밥 먹는 데로 돌려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밥 먹기를 중단할 것을 미리 말한 다음에 실제로 그렇게 한다. 엄마가 아이의 옆이나 앞에 앉아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 스스로 먹지 못할 때는 엄마가 도와줄 수 있지만, 자꾸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서 쫓아다니며 먹이지는 않는다.

말로 의자에 앉을 것을 지시 내린 후 착석한 다음에야 음식을 준다.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는 아이의 몸을 들어 자리에 앉힌 다음에 음식을 준다. 그런 다음에 “밥 먹을 때는 자리에 앉아서 먹는 게 예절이야”라는 말을 들려준다. 이곳저곳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아이에게는 “실내에서는 돌아다니면 안 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라고 말해준다. “대신에 이따 밖에 나가서는 마음껏 뛰어다녀도 돼”라고 덧붙여서 아이로 하여금 실내와 실외 공간 내지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구별하게끔 해 준다.

만일 아이의 행동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의 피해가 있다면 차라리 그 장소를 떠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예절 교육은 아이의 인성 교육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특히 인내심 또는 참을성의 덕목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 사실 아이들이 참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욕구 조절 또는 충동 억제의 능력이다. 예절 교육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의 능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가령 무조건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가 예절 교육을 통해서 예의 바르게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행동 방식을 얻게 된다면, 아이의 인성 형성이 긍정적으로 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서 예절 교육의 핵심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한창 모방 욕구가 왕성하기 때문에 부모의 올바른 말투와 행동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다. 또한 아이에게 올바른 지시사항을 내릴 때 정작 부모가 그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반발을 할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는 결국 아이가 커서 더 큰 사회적 압력에 마주치게 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기에 예절을 지키는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자 책임이다. 내 자식 귀한 것만 생각해서 예절 교육에 소홀하다가 자칫 아이를 망칠 수 있음을 꼭 기억하자. 무턱대고 착해져라 또는 바르게 행동하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식당에서의 조그마한 예절 교육이 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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