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원된 수월관음도.(서경대 박미례 교수 제공)

서경대 박미례 교수, 3년 만에 완성 “고려불화의 존재가치 널리 알리고 싶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려불화뿐만 아니라 한국불교회화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일본 사가현 경신사 소장 ‘수월관음도’가 전통불화 기법으로 복원돼 4일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점안식을 열고 공개된다.

수월관음도는 서경대 박미례(52, 불교미술·사진) 교수가 2009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3년에 걸쳐 완성했다. 박 교수는 “현재 작품의 원화는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훼손이 심하기 때문에 언제 또다시 고국 땅을 밟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국민들에게 수월관음도의 존재가치를 널리 알리고 사라져가는 고려시대 비단 그림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복원을 결심했다.

경신사 수월관음도는 고려 충선왕과 충렬왕의 왕비가 1310년 궁정화가 8명을 동원해 제작했다. 1391년 일본 경신사에 전래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현재 세로 430㎝, 가로 254㎝이지만 원래는 세로 540㎝, 가로 270㎝였다는 기록이 있다. 수월관음도는 현재 일본의 국보급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나 바탕인 비단이 많이 훼손되고 안료도 심하게 벗겨져 본래 색을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사람 키의 몇 배에 이르는 대작이지만 세밀한 붓질과 관음보살의 전신을 감싸 안고 흐르는 비단 너울의 유려한 흐름새 등은 고려미술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 이 불화는 2009년 양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대여 전시가 이뤄져 학계와 불교계에 큰 관심을 받았다. 현재는 일본 사가현박물관이 위탁받아 보관 중인 수월관음도는 박물관 측이 1년에 40일 정도만 전시해 접하기가 쉽지 않다.

▲ 서경대 박미례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이번 작업에 금 112g(30돈)에 보석급 광물성 안료도 들어가 있다”며 “전통 불화기법 중 비단 바탕 배채법이라는 특수 기법을 적용해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불화전문가인 박 교수는 “수많은 자료와 검증 과정을 거쳐 원본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했다”면서 “재료가 워낙 고가이고 오랜 세월이 필요한 작업을 개인적인 측면에서 추진하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며 복원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이기도 한 박 교수는 “경신사 수월관음도는 고려불화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작품성 또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해외에 유출된 우리 불화의 복원에 대해 “고려불화만 해도 150여 점이 유출된 것으로 안다. 무조건 복원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반환 운동도 필요하다”며 “또 예술적 가치가 있고 국내에 소장된 불화는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복원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불교미술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공주 마곡사 불화승 계보를 5대(금호-정연-지정-병진 스님-박미례)째 잇고 있다.
 
박 교수는 “고려불화는 세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불화의 가치와 예술성을 이어갈 수 있는 후학들이 많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작은 바람을 전했다. 이 복원 작품은 7일까지 영천 은해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된다. 박 교수는 전시가 끝나면 불자들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인연 따라 전시회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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