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스페인, 국채매입운동 벌여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국채 매입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8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연합회는 이날을 ‘국채 매입의 날’로 정하고 국민들에게 국채를 사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애국채권 운동’의 취지는 개인투자자들이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떨어뜨리고 정부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수준이 7~8% 대로 급등하면서 이자부담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한다.

발행 첫날인 28일 이탈리아 시민들은 상당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조 9000억 유로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가운데 이탈리아 국민이 보유한 물량은 57%에 달한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이러한 취지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기적으로 ‘나라 살리기’ 차원의 운동을 벌이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의 국채보상운동’으로 불렸던 ‘금 모으기 운동’은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우리나라의 외채를 갚기 위해 시민들이 소유하고 있던 금을 자발적으로 나라에 기부한 운동이다. 두 달 간 이어진 이 운동에는 350만 명이 참여해 약 227톤의 금을 모았으며 21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획득한 바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국채 매입운동을 벌이는 국가는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지난주 스페인 정부는 ‘나는 국채를 선택했습니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워 자국민들에게 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벨기에도 민간 투자자들의 채권 매입에 힘입어 지난주 사흘 동안 12억 유로의 이익을 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대만 연합보 3일자 조간에서는 그리스 재정위기 특집을 다루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앞장선 사례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리스 국민이 이런 한국인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한국 국민은 당시 주부는 결혼반지를, 운동선수는 트로피를, 일부 상인은 행운의 금 열쇠를 기증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현재 그리스 시민은 파업과 폭동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한국 국민의 희생 및 봉사정신과는 대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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