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북한 조선노동당중앙위원 국제부장 (연합DB)

 

대중 외교 관장… 김정은 시대 보좌할 실세로 부상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지난 5월, 우리 언론의 최대 관심사는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방중 행보였다. 당시 김 총비서는 1주일간 중국을 돌면서 지원 확보, 북·중 경협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그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동의를 이끌어냈다.

김 총비서가 귀국한 후 대북 전문가들은 방중 수행 인사 명단을 분석하면서 김정은 체제 안착을 보좌할 실세들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총비서의 방중을 수행한 인물은 최태복 김기남 강석주 장성택 김영일 등이었다.

이 중 특히 ‘김영일’에게 시선이 쏠렸는데, 이는 그에게 배어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에 관한 외교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 후계자 김정은을 뒷받침하는 핵심 보좌진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는 것.

1947년생인 김영일은 1975년 당중앙위원회 국제부 지도원으로 시작, 리비아·튀니지·몰타 등에서 외교 경험을 쌓았다. 2000년에는 외무성 아시아 지역 담당 부상으로 임명됐으며 2003년 8월 북핵 회담 1차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이후 대중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명 ‘중국통’으로 불리게 됐다. 2010년에는 장관급인 국제부 부장으로 승진, 북측의 ‘생명줄’과도 같은 대중국 정상외교를 담당하게 됐다.

그는 같은 해 2월에 특사 자격으로 후진타오 국가주석 면담에 이어 동북 3성을 돌면서 북·중 경제협력의 개념을 가다듬었다. 5월과 8월에는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 총비서를 수행했고 2010년 2월에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위한 만찬과 회담을 주도하기도 했다. 사실상 김 총비서 방중 수행, 중국 인사 영접은 물론 북·중 경제 협력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에도 김영일의 행보는 도드라졌다. 그는 5월 북·중 정상회담 자리에 강석주 내각 총리,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함께 배석했는데, 당시 북측 배석자는 이 3명뿐이었다. 대미·북핵 관계 사항을 총괄하는 강석주·김계관, 그리고 대중 외교를 관장하는 김영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부 부장이라는 직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외교는 외무성이 전담하고 있지만, 대중 외교는 당중앙위원회 국제부가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둔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만큼 국제부 부장의 입지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북·중 경제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된 2010년, 김영일의 김 총비서 수행횟수는 공식적으로 14회를 넘어섰고, 올해 11월까지만 10여 차례를 수행했다.

 

<도표> 김영일의 김정일 공개 활동 수행횟수

 

▲ 이시연 씨 발표 자료 (2011.11.16)

이와 함께 북한 실세들의 평균 연령대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젊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입지를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김영일은 김정은이 참석하는 행사에 거의 배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아시아 정당 국제회의 연설에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변함없이 추대,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를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높이 모셨다”고 강조하며 김정은이 북한 정권의 차기 후계자임을 국제사회에 설파하기도 했다.

한편 김영일은 외국어 구사 능력이 탁월하고 업무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세밀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아울러 장인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빨치산 동료인 전문섭(1998년 사망) 전 호위사령관이라는 점이 승진을 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일에 대해 조사·발표한 이시연(박사과정) 씨는 “김영일을 국제부장에 임명한 것은 북한이 대중외교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며 “북측이 중국을 통한 인민 경제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한 통치 엘리트 연구’ 수업(지도교수 정성장) 발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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