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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서 볼 수 있는 古語 흔적 그대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장진)’ 상영 이후 강릉 사투리는 방언의 샛별로 떠올랐다.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면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익살스러운 면모를 알렸다. 시청자는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주로 듣던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이북 방언 속에서 강릉을 포함한 강원도 사투리는 독특했다.

강릉 사투리가 독특한 이유로 말의 길이(음장)와 높낮이(성조)를 꼽는다. 지난 5월에 열린 강릉 사투리 학술세미나 ‘강릉 사투리의 특성과 보존 과제’에서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강릉 사투리는 말의 길이나 높낮이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단어가 많고 활자로 표현할 수 없는 귀한 언어 요소가 가득하다”며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서 찾을 수 있는 고어의 흔적이 강릉말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릉 사투리와 표준어의 높낮이를 비교한 것과 관련해 “누구나 단어의 장단을 표기하는 시험을 쳤지만 말의 높이를 구별하는 시험은 쳐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표준어에 성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어 ‘말’의 경우 ‘[말](馬)’ ‘[말ː](言)’과 같이 말의 장단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억양으로 ‘짚으로 꼬는 [새끼]’와 ‘짐승의 [´새끼]’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기 어렵다.

반면 경상도나 함경도 사투리는 높낮이가 있지만 말의 길이가 없다. 말의 길이와 높낮이 기준으로 한반도를 말의 길이가 있고 높낮이가 없는 지역과 반대되는 지역으로 나누면 동서로 갈린다. 하지만 강릉은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어 예외다.

이 교수는 “강릉 사투리는 음장과 성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방언 중에서 가장 다양하게 발음할 수 있다”며 ‘ㅐ’와 ‘ㅔ’를 구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강릉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강릉 사투리에는 고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도끼 자루의 ‘´잙’, 나무를 뜻하는 ‘´낭기’ ‘´낭그’ 등이 있다. 세종대왕 때 있던 것으로 표준어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지만 강릉 사투리에는 남아 있다.

조남환 강릉사투리보존회장은 “사투리를 육담이나 저속 비하의 말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정감 있고 품격 있는 강릉말을 지향하며 품격을 높이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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