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한글 창제와 반포를 위한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의 은밀한 작업과 왕권을 견제하며 한글 창제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하는 밀본(재상 중심의 조선을 외친 정도전의 후손과 그 무리)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바탕이 됐다.

조선 건국 이래 태평성대를 이루며, 백성들을 위한 왕이 되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았던 임금 세종과, 조선은 왕의 것이 아닌 재상의 것이라며 사대부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세종의 한글 창제를 막는 무리 밀본을 보면서 세종의 리더십과 한글의 우수성을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글, 어리석은 자라 할지라도 하루면 배울 수 있는 글자를 만들어 백성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임금의 어진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자. 바로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訓民正音), 한글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을 있는 그대로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표음문자(表音文字)이자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담은 문자. 과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한글’의 위대함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도 인정하는 문자가 됐다. 이뿐 아니다. 한글도 지금 케이팝(K-POP)이나 드라마처럼 한류바람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아시아나 아메리카, 유럽 등 한류 붐이 일고 있는 나라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한글로 쓴다거나, 노래나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글을 정식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한글로 자신의 감정이나 대화를 표현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따르면 NHK는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낼 때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한글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이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소개한 한글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예를 들어 ‘고마워’와 같은 한글을 그대로 따라 써서 그림처럼 보내거나 ‘미안해요’ 등과 같은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일본어로 표기하는 것 등이다.
해당 방송은 한글이 귀엽고 기호화하기 쉬워 디자인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으며, 한 여성은 한글이 일본어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등 한글이 유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글을 좋아해 주니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겠으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글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는 것이 일본에서 큰 유행이라는 보도가 한일 네티즌들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한글과 일본어를 자연스레 섞어 사용하는 이와 같은 현상에 한국 네티즌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 “예쁘고 쉬운 글자인 한글의 매력을 일본인이 알게 됐다”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일본 네티즌들은 “방송이 없는 유행을 만들어 냈다” “방송국 이름을 NHK가 아닌 KHK로 개명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한류를 좋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며 한류를 폄(貶)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에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한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즉, 과거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우월주의에서 나온 집단행동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 또한 일본 내 잘못된 역사관과 우리 안에 잔재한 식민지사관이 초래한 결과임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 우리 민족이 일제에 강제병합을 당한 수치스러운 역사가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동안에도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와 문화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강탈의 대상이 될 정도로 우수하고 또 찬란했음을 알아야 한다.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의 문화재가 그것을 방증해주고 있으며, 또 일제가 말살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한 우리의 민족정신이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과거사 청산은 분명 이루어져야 하고, 마땅히 일본으로부터 정식 사과를 받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허나 문화교류는 한일 두 나라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본다. 서로의 우수한 문화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 이는 굳이 한일 양국만이 해당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마음가짐이자 문화의식의 하나일 것이다. 서로의 우수한 문화를 교류하고 보다 잦은 왕래가 있을 때에 서로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문화로 하나 되는 지구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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