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조현지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기독교 정신 ‘사랑과 용서’는 어디로…

[천지일보=김지현ㆍ박준성 기자] 그간 한국교회는 이단 분별의 기준이 모호한 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 소속 목사들의 임의적인 이단 감별 활동이 행해져왔다. 최근에는 교단과 교단, 목사와 목사, 교계 언론과 언론 사이에 최악의 이단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앙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하는 한기총 소속 목사들이 서로 간의 이권 다툼으로 이단 정죄를 하기도, 취소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 이단 전쟁의 현주소를 사실에 입각해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참과 거짓, 기준은 오직 성경”
“잘못된 판단으로 영적 생명 파괴할 수 있어”

한국기독교사는 120여 년 전 외국 선교사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땀의 결실로 복음의 씨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장로교, 감리교, 구세군 등 수십 곳의 기독교 종파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선교사역이 펼쳐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초기 선교 사역을 통해 뿌리를 내린 교파들은 새로 들어오는 교파나 새로이 창립되는 신흥종파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며 ‘이단’으로 몰아세워 한국교계에서 배척했다.

교계에서 ‘이단’이라는 지칭은 사실상 해당 교단에 대한 ‘사형선고’다. 개신교가 한국사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해당 교단은 사회 통념적으로도 부정적으로 비춰져 각종 송사나 시비에서도 부당한 판결을 받게 된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당사자에게 해명이나 변론의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일방적인 연구 결과를 공표해 버림으로써 당사자에게는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히는 일이 한국교계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단 정죄는 타 종단이나 종파에 대한 이해부족과 교리적 이견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배타성이 강한 칼빈사상에 뿌리를 둔 장로교단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개신교단 중 80%가 장로교에 해당돼 그 폐해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장로교는 해방 이후 수차례에 걸쳐 교파가 갈라져 현재 60여 개에 이른다.

해방 직후 일본 천황 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던 고신파가 갈리고 60년대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찬성파와 반대파로 통합과 합동으로 나뉘면서 교리적으로 이단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80년대 5공화국 초기에는 친정부 성향을 가진 장로교단은 이단정화의 면목으로 신흥종단인 장막성전, 타 교단 등을 이단으로 정죄하면서 한국교계의 교권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교세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은 서로를 이단으로 몰아세우면서 파벌 싸움을 벌여 교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 이때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장로교 통합 측으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순복음교단은 형인 조용기 목사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동생인 조형목 목사의 예수교대한하나님의성회 측으로 분열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교세가 커지자 조용기 목사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94년 예장 통합 79회 총회에서 이단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 교단들만 이단 정죄를 자행한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사의 이단 논쟁의 중심에는 ‘현대종교’ 발행인인 故 탁명환 목사도 있었다. 탁 목사는 60~70년부터 이단을 운운하며 자칭 ‘이단감별사’ 역할을 해왔다.

그는 80년대 초 5공 시절 정부를 등에 업고 이단정화라는 명분을 들어 한국교회에 막강한 힘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탁 목사는 이단으로 지목한 교회의 신도에 의해 사망했다. 탁 목사에 이어 아들인 탁지원 소장이 현대종교를 이끌고 있으며 이들이 작성한 ‘이단리스트’에는 수십 곳의 교단과 목회자들의 이름이 거론돼 있다.

현대종교 이단리스트에는 구원파, 대한예수교 복음교회 다락방(류광수),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한국천부교, 제칠일안식일 예수재림교, 하나님의교회, 통일교, 몰몬교, 제이엠에스(JMS) 등이 있다. 탁 목사가 이단으로 지목하거나 제외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이단으로 지목됐던 교단 관계자들에 의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오늘날도 한국교회에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이단 시비’ 이면에는 돈과 교권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이단 판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자칭 ‘사이비 이단 연구 전문가’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그러나 ‘이단성 시비’에만 휘말리면 심각한 타격을 입기에 어느 누구도 그들의 횡포에 맞설 엄두를 못하고 있는 게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빛과소금교회 김경호 목사는 “칼은 잘 쓰면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생명을 파괴하는 도구가 되고 만다”며 “이제 선무당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을 빼앗아야 할 때이다. 무고한 ‘이단피해자’들이 더 이상 양산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참과 거짓의 기준은 오직 ‘성경’ 하나이다. 한국교계에서 사람과 단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이단으로 내몰리는 일은 더는 벌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이단 정죄는 영적인 살인이자 영적 폭력이므로 하루빨리 한국교계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연의 모습 잃은 기독교,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

◆사례1. 이단심판자서 이단으로, 최삼경 목사

최삼경 목사는 삼신론과 월경잉태론으로 말미암아 오래 전부터 이단성 논란이 있었다. 최삼경 목사의 이단성 문제가 대표 연합기관인 한기총과 거대 교단인 예장 통합 총회의 대결 구도로 확대되면서 한국 교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회가 최근 연구결과를 통해 최 목사의 이단성이 심각하다고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소속 교단인 예장 통합이 이에 반박 성명을 내는 등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예장 통합 박위근 총회장은 “최삼경 목사 이단 규정은 회원교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로서, 한기총이 교회연합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행태”라고 총회 입장을 발표했다. 통합 측은 “상임위원회인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업무와 다른 질서확립대책위원회에서 이단 판정을 내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묵과할 수 없는 한기총 집행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 한기총이 한국교회 공적기관으로서 한국교회의 연합과 발전에 힘쓰는 기관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한기총 질서확립대책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으니 보고서의 공식적인 채택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사례2. 상호 이단비방 변승우ㆍ박형택 목사
2009년에는 변승우 목사(큰믿음교회·예장 합동정통)와 박형택 목사(예장 합신) 간의 전쟁이 있었다. 박 목사는 변 목사의 설교와 목회의 이단성을 비판하면서 ‘자칭 사도와 타칭 이단 사냥꾼이 된 자’란 글을 인터넷상에 게재했다.

박 목사는 당시 변 목사에 대해 ‘자칭 사도’라면서 “자기 스스로를 일컬어 사도니 유대인이니 하면서 사람들을 속이는 이유는 사도가 되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싶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싶어 거짓과 위선을 행하며 사도인 것처럼 행세한다”고 언급했다.

또 “자신의 정체를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위장해 신뢰감을 줌으로써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변 목사는 박 목사에 대해 ‘엉터리 이단 사냥꾼 박형택 목사의 음해성 글에 대한 반론’이란 글을 올렸다. 이에 따라 회원수가 3만 5천여 명에 달하는 ‘큰믿음교회 카페’에 게재된 변승우 목사의 변론은 조회수가 무려 6천여 건에 이르는 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박 목사의 학력 위조 의혹이 사실로 불거져 크게 논란이 되자 교육과학기술부가 ‘학력 무효’란 판단을 내리고 졸업 취소가 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밥그릇 싸움, 기독교 전체 무너뜨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독교가 이 땅에서 발전하면서 목사들 간에, 또 교단 사이에 서로 상대를 ‘이단’이라며 싸우는 가운데 결국 기독교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수년간 눈에 두드러지게 기독교인의 수가 감소했으며 사회적으로 기독교와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실추됐다. 특히 유명 목사들 가운데 금권 선거나 자리다툼, 추행 등으로 교리뿐 아니라 윤리 도덕면까지도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위를 한 사실이 끊임없이 보도됐다.

이같이 기독교의 근본정신인 ‘사랑과 용서, 축복’ 그리고 ‘희생’이라는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각 교단, 목사들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 또 그 목사들을 바라보며 신앙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성도들은 어떤 푯대를 향해 가고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