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젊은이들의 취업이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2학기 들어 강의를 받는 대학원생 일부와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생들의 표정이 매우 어둡다. 원하는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인문계에서 비교적 취업이 잘된다는 경영학과 학생들도 좌불안석이다. 모 대학 경영학과 4학년 여학생은 올해 대기업 취업에 실패해 내년 초 졸업 이후를 기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체육학과 학생들의 취업은 더욱 녹록지 않다. 대기업 입사를 위해 일반 대학생과 경쟁하는 것은 힘에 겨운 일이고 중고등학교 체육 선생님 자리는 아득한 로망이 돼버린 지 오래됐다.

지난주 체육을 전공한 한 대학원생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졌다. 강의를 마친 뒤 그 대학원생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학에서 상위 20% 이내에 들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그는 요즘 참담한 심정이다. 3년 목표로 체육교사 임용고시만을 바라보며 도전했는데 모두 실패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다. 현재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나 비정규직으로 계약기간이 10개월로 못 박혀 있어 올 겨울이 지나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할 형편이다. 스포츠 강사제도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체육 수업 보조역할을 해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비정규직이라는 신분불안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른을 바라보는 그는 자신의 직업이 불안해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인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여자친구와의 사이가 점차 힘들어져 가고 있다고 했다. 여자친구집에서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 적극적으로 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직업 자체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아 서운하고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 허나 현실을 마냥 외면하고 부인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렇게 찌질하게 살아오지도 않았다. 교생실습도 잘했고, 교원자격증도 갖고 있다. 공부도 잘한 편이었다. 임용고시가 정말 고시라는 말답게 통과하는 게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어 패스하지 못했다. 주위에 나와 같은 학생들이 많이 있다. 모두 임용고시를 바라보고 준비를 해왔는데 합격이 쉽지 않아 깊은 한숨들을 내쉬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체육과목 임용고시의 경우 서울을 비롯해 시도별로 대부분 수백 명씩 지원해 합격자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합격하는 학생들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축하와 격려를 받는다. 서울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을 줄곧 다닌 그는 합격의 희망을 품고 공부에 매진했으나 워낙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동안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취업이 여의치 않은 현실을 접해야 하는 때다. 제대로 취업이 되지 않아 할 수 없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고 정식 취직이 아닌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체육계열 학생들은 다른 일반계열보다 취업상황이 훨씬 나쁘다.

수년 전부터 학생들의 심각한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각 대학은 체육계열학과를 스포츠 산업학과, 스포츠 마케팅 학과, 스포츠 의료학과 등으로 세분화‧전문화시키고 있는 추세이나 아직은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체육 전공 학생에 대해 ‘공부가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인식이 불식되지 않은 데다 취업시장 자체가 워낙 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청년 여섯 명 중 한 명이 놀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청년 실업세태를 반영해 ‘호프도 가고(1990년대 후반 타계한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밥 호프를 빗대 희망이 사라졌다는 것을 강조한 말) 잡스도 없는(얼마 전 죽은 스티브 잡스를 패러디해 일자리가 없음을 암시)’이라는 신조어가 요즘 유행한다. 비단 체육계열 학생들이 취업이 안 된다고 타박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행한 일은 대부분의 체육계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미래의 목표에 대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취업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대학 저학년생들은 나름대로 학교 수업에 충실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취업 문제로 개인적 어려움을 호소한 그 대학원생을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싶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도전해 자신이 원하는 취업의 문을 활짝 여는 학생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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