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오후 열린 서울대 총학 선거 합동유세에서 대학생들이 마지막 선거 운동을 펼쳤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반값등록금 공약 대세… 내년 대선서 큰 힘 발휘 가능성 높아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최근 대학가는 내년 총학생회(총학)를 뽑는 선거철 막바지에 이르렀다. 비싼 등록금과 주거비용, 취업난 등이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 총학 선거 후보들 사이에서 ‘등록금 인하’ 공약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런 분위기를 선도한 것은 서울시립대다.

지난 7~9일 주요 4년제 대학 중에서 처음으로 총학 선거를 치른 서울시립대에서 ‘반값등록금’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무한동력’ 선거운동본부(선본)가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박원순 시장과의 협약을 토대로 사실상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킨 무한동력 선본 후보가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얻었다. 실제 선거 결과를 보면 무한동력 선본이 상대 후보를 1000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그동안 반값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높았지만 ‘실제로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확신은 낮았던 터라 이와 같은 결과는 타 대학의 총학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주요 대학 총학 후보들 ‘등록금 투쟁 연대’ 분위기

올해 반값등록금 투쟁을 주도해왔던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에 따르면 경희대 고려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공동선거운동본부’에 참여해 공동대응에 함께할 것을 밝혔다.

서울대에서는 ‘등록금’과 ‘서울대 법인화’ 문제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3개 선본 중 ‘후마니타스’는 한대련과 연계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고, ‘분노하라 상상하라’는 이공계 장학금을 확대하기 위해 평점 3.3 이상의 자격조건을 평점 2.9로 낮출 것을 약속했다. ‘레디 액션’ 선본은 ‘반값등록금을 넘어 무상교육도 가능하다’며 ‘등록금 폐지’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고려대도 총학 선거에 나선 4개의 후보 모두 등록금 인하를 강조했다. ‘진짜 고대’ 선본은 등록금 문제를 집중 공략했고 ‘99%의 역습’ 역시 사회적 참여를 통해 등록금 인하를 이뤄내겠다는 주장이다. ‘고대랑’과 ‘고대공감대’도 등록금 납부 방식과 장학금 지급 방식 변화를 통해 등록금 인하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99%의 역습’ 선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대 오정민(심리학 10) 씨는 “등록금 문제는 총학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들의 연대는 필수”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등록금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들, 반값등록금 실현엔 ‘갸우뚱’ 등록금 인하엔 ‘공감’

재학생들은 총학 선거 후보자들 대부분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지만 반값등록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사를 내비쳤다.

숙명여대 김규리(멀티미디어과학 08) 씨는 “불가능해 보이던 반값등록금 실현이 실제로 서울시립대에서 시행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다만 등록금 투쟁이 자칫 정치화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민희(가명, 행정학 09) 씨는 “등록금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획기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반값등록금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장학 등록금을 더 확충하는 편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을 냈다.

학생들 사이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등록금 인하’에 대한 요구는 강한 만큼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세운 총학이 대거 당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학가가 반값등록금에 대한 결집력을 갖게 되면 서울시장과 같이 이들의 표심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중순경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2012년 총학 선거에서는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주요 공약으로 등록금 문제를 내걸어 향후 이들의 활동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는 ‘Acting 이화’ 선본 후보 정나위(사회학 07) 씨가 당선됐으며 이들은 제일 먼저 학교 측과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는 ‘청춘스캔들’ 선본의 최장훈(정치외교 06) 씨가,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Power Revolution’ 선본의 정용필(기계공학 06) 씨가, 성균관대는 태평성대 선본 후보가 당선됐다.

한편 반값등록금 문제와 함께 학내 복지 증진을 위한 다양한 공약들도 눈에 띄었다. ‘밥값 인하’나 ‘학생증 소지자 ATM 수수료 전국 무료화’ ‘외부 외식업체 원가 공개’ ‘학내 프린터 개선 및 사물함 설치’ 등과 같이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된 공약도 많았다.

연세대의 한 후보는 밥값을 선불로 적립하면 밥값의 10%를 추가로 적립해 학생들의 밥값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대 후보는 외부 외식업체가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지 감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일부 대학의 총학 후보들은 ‘성형수술 지원’ ‘네일아트 할인’ 등의 선심성 공약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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