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체장애인인 배융호(47, 남·사진)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말 오후 1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광화문역으로 이동했다. 영등포역 부근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그는 평소보다 속력을 내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치 못했던 장애인 리프트의 고장으로 결국 회의에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제 앞에 전동 스쿠터를 이용하는 세 명의 장애인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장애인 리프트 이용시간이 10분이기 때문에 저는 총 30분을 기다렸습니다. ‘아! 이제 내 차례구나’라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용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장애인 리프트가 고장이 났습니다.”

또 한 번은 배 총장이 안국역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섰다. 차례차례 순서를 지켜 엘리베이터 에 탑승하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대부분 사람(노약자)은 배 총장이 줄을 서 있음에도 ‘못 본 척’하고 먼저 탑승했다.

“안국역에는 사람이 2~3줄로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립니다. 저도 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제 순서임에도 뒤에 있는 사람은 저를 제치고 먼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습니다.”

이에 배 총장은 현재 5호선 안국역이 아닌 경복궁역에 하차해 사무실에 온다고 한다. 거리는 멀지만 경복궁역에서 오는 게 훨씬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배 총장에게 가장 이용하기 불편한 지하철역이 어디인지 물었다.

“종로3가역과 선릉역입니다. 종로3가역은 휠체어 리프트를 두 번 타야합니다. 만약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될 것 같습니다.”

그는 이어 5호선인 교대역과 신길역은 환승구간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이런 역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현재 저는 지하철 환승구간과 지하철역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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