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지난 14일 오후 시청에서 기업 6곳과 함께 서울시내 특성화고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연합)
기업·학교·정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 필요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우리 사회의 병폐라 불리는 ‘학벌지상주의’가 일부나마 깨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정원 중 3분의 1을 고교졸업자로 뽑는다. 대우조선해양도 생산직이 아닌 사무·관리직에 처음으로 고졸자 100명을 채용키로 했다.

최근 들어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고졸 채용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큰 반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대 김동훈 교수는 “‘고졸 채용 붐’이 상당 부분 일회성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학벌지상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변화의 흐름 선상에 놓여있다”며 “대학만능주의가 허물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고졸 채용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연수원 강연흥 중등연수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효과는 있겠지만 일종의 응급처치”라며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책적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해 고학력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고졸 채용이 우리 사회에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교수는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학력 중시 채용 구조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도 학력에 따른 경제·사회적 대우와 임금 차별 시스템이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에 목숨 걸지 않도록 고졸자에 대한 지나친 불이익이나 피해가 없도록 사회·문화적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교육지원청 이재홍 장학사는 “취업 전선에 나서려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양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도 기업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좀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체계적인 진로 지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 부장은 “초․중등 과정에서 진로 지도는 없고 진학 지도만 존재해왔다”며 “한 학생의 특기나 장·단점 등을 충분히 파악한 기록이 누적되면 이를 통해 진학이든 취업이든 그 학생에 맞는 방향을 찾아 인도해 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강 부장은 또한 “학생 한 사람의 삶에서 큰 역량이 발휘되면 결국 사회·국가적으로도 큰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대학에 가기보다는 최고가 되세요”
고졸 출신 선배들의 조언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훈련원에 진학 후 16세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한국철도공사 김성호(44) 차장. 그는 IMF 시절 한국철도공사 기능직 특별채용에서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이후에도 그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2008년에는 단국대 공학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김 차장은 “요즘 학력 인플레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 무턱대고 대학에 가기보다는 먼저 취업하고 필요에 따라 배움을 이어나간다면 ‘직업’도 살고 ‘배움’도 사는 가운데 양자의 상승작용으로 더 큰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차장은 “도전하면 할수록 배움의 욕구가 더 커졌다”면서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다면 기회는 온다”고 덧붙였다.

KT 압구정동센터에서 엔지니어와 영업파트를 동시에 소화하고 있는 황선우(39) 과장은 15개월 전 1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늦깎이 입사처럼 보이는 황 과장은 엄연히 19년 경력의 베테랑 사회인이다. 공고 졸업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이제야 안정적인 직업생활을 하게 됐다.

그는 “아직까지는 고졸 학력과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명함을 떳떳하게 내밀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 같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렇지만 황 과장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결실을 볼 수 있다”며 “포기하면 안 된다”고 격려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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