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을 놓고 반년 가까이 갈등을 빚어온 검찰과 경찰이 형사소송법 시행령을 놓고 또다시 국민 앞에 추태를 보이고 말 았다.

국무총리실이 23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결과를 담은 대통령령 제정안을 발표했으나 경찰이 이를 크게 반발하고 나 섰다.

이번 대통령령 마련 과정에서도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은 판이한 개정안을 내놓고 대립하다가 막판에 3박 4일 합숙토론을 벌이면서 절충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강제조정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총리실에서 발표한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의 자율적인 내사 권한을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 내사 사건의 경우 사후적으로 검찰의 통제를 받는다. 대신 검찰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해서는 경찰이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수사지휘 이의 청구권을 준다는 것이다.

반면 검사나 검찰 직원 관련 비리 수사에 대해 독자적인 수사를 펼치겠다는 경찰 측의 요구는 거부됐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내사 부분까지 검찰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조정안은 경찰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이번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훼손했다며 더 강력한 개정 법률안을 만들어 시행령을 뒤엎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집단행동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검찰과 경찰의 갈등과 다툼을 종식하고자 총리실에서 조정안을 들고 나왔음에도 양측 모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찰 일선에서는 수사를 반납하고 첩보만 수집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넘기자고 하는가 하면 일선 검사들도 경찰의 이 같은 반응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인권과 생명,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표적인 양 기관이 밥그릇 싸움에 빠져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오랜 진통과 갈등을 거듭하면서 도출해낸 합의안이라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해야만 국민도 검찰과 경찰을 신뢰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부패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검‧경이 아닌가. 더 이상 경거망동한 행동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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