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장면 한 그릇에 情 담아 이웃사랑 실천하는 임원조(51, 남) 씨와 이상옥(47,여) 씨 부부. ⓒ천지일보(뉴스천지)

저렴하게 팔아 번 돈, 봉사 위해 사용

[천지일보 대전=강수경 기자] “버는 돈이 별로 없고, 그냥 현상만 유지하고 있어도 봉사는 멈출 수 없어요. 자장면 만들어주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분들 생각하면 그만둘 수 없죠.”

임원조(51, 남) 씨와 이상옥(47,여) 씨 부부가 만든 자장면과 짬뽕은 주머니가 가벼워도 한 끼 실컷 먹을 만큼 양이 풍부하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풍부해 입소문을 타고 ‘착한가격 좋은가게 18곳’ 중에 한 곳으로 선정돼 시정지에 실리기도 했다.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 있는 점포로 직접 찾아가 부부를 만났다. 이 집의 자랑인 자장면과 짬뽕을 내왔다. 1500원짜리 자장면이라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큼지막한 감자와 야채가 들어간, 맛도 있으면서 무엇보다 푸짐한 자장면이다. 2500원 하는 짬뽕은 오동통한 면발에 얼큰한 국물, 그 위에는 홍합이 산더미처럼 쌓아 올려 나온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양에 비해 싸도 너무 싸다.

저렴하게 팔아 이윤이 적을 법도 한데 번 돈을 털어서 다시 음식재료를 사고 봉사도 다닌단다. 약 16년 전부터 장태산에 있는 수양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생일잔치를 열어 사람들에게 자장면을 대접하고, 매달 말일에는 노인회관에 가서 자장면을 무료로 나눠준다.

▲ 김 씨 부부가 만든 사랑이 듬뿍 담긴 자장면과 짬뽕. ⓒ천지일보(뉴스천지)

서너 달에 한 번은 장태산수양원에 자장면 기계를 들고 가서 직접 자장면을 만들어 준다. 200여 명의 수양원 가족들은 이날은 자장면을 배불리 먹는다.

봉사를 언제부터 하게 됐냐고 묻자 “누구나 다 하는 조그마한 봉사인데 굳이 내세울 것 없다”며 임원조 씨는 말을 아낀다. 이상옥 씨 또한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장면을 만들어주며 봉사할 때 수양원 사람들이 보여준 응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현했다. 이 씨는 “정신지체가 있는 분들이기에 먹는 것을 좋아해서 자장면을 만들어주러 가면 얼굴을 보자마자 무척이나 반기지요. 그렇게 좋아하는데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계속 봉사를 할 거예요”라고 웃는다.

훈훈한 마음 때문인지 찾아오는 단골들도 칭찬 일색이다. 가끔 혼자 와서 자장면을 먹고 간다는 김종임(59, 여) 씨는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온다며 “이곳은 내 집 마냥 편해서 혼자 와서 자장면을 먹기에도 부담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주로 자장면을 시켜서 먹는다는 인근 구멍가게 여주인도 “여름엔 바지락, 겨울엔 홍합이 듬뿍 쌓여 나오는 짬뽕이 정말 좋아서 계속해서 시켜먹는다”며 푸짐한 게 매력이라고 전했다. 후덕한 인심을 갖고 많은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배불리 먹기를 바라며 임원조 씨 부부는 오늘도 자장면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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