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청와대가 후속 대책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한미 FTA 비준안에 서명할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한미 FTA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미 FTA가 통과됐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본격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를 놓고 빠짐없이 챙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기회를 살려서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다”며 “이제 더 이상 갈등을 키우는 건 국가나 개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끝까지 배수진을 치고 비준안 통과를 반대했던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안 국회 통과에 올인(다걸기)을 한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써왔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곧 FTA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새로운 경제 영토 확보를 강조해 왔다.

이후에는 자신의 지지세를 곤두박질치게 한 ‘광우병 파동’과 ‘촛불 시위’를 감내하면서 물밑작업을 서둘러왔다. 급기야 국회를 방문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하며 여론의 반향을 이끌어냈다. 비준까지 4년 7개월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뚝심’을 제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국회 비준안 통과로 당분간 이 대통령이 한숨은 돌리게 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일단, 농업과 중소상공업 등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에서 예상되는 피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피해가 우려되는 농업분야를 직접 언급하며 “피해 보상 수준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국내 농산물 생산액은 이행기간(15년)이 종료될 때까지 12조 2252억 원이 줄게 된다. 특히 축산업은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로, 정부는 영세 농가를 도울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관련 조항의 재협상도 논란거리다. 청와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3개월 이내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협정서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미국 의회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론을 등에 지고 우리나라의 ISD 조항을 비롯한 협정서 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의 ISD 조항 재협상 약속은 내년 총선에서 여권에 독(毒)으로 작용할 공산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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