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한국문화안보 연구원 사무총장

주한미군(USFK)의 용산기지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1953년 허용되어 올해로 58년을 맞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정’을 통해 현 미8군의 주둔지 약 390만㎡(118만 평)를 반환받기로 했고, 2005년에는 그중에서 244만㎡(74만 평)를 ‘용산 민족공원’으로 조성키로 했다. 그리고 2007년 7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을 제정하고 ‘용산공원 조성 추진위원회’를 발족, 국토해양부를 책임부서로 공원 조성작업을 지속진행 중이다.

일부 시민·환경단체는 2006년 8월 17일 ‘시민환경단체 의견서’를 제출해 용산기지를 외국군대가 점유해 온 ‘오욕의 땅’으로 매도하면서 런던의 하이드파크나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도심 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기존 건축물을 완전 철거, 연못과 숲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공원의 명칭도 ‘용산민족공원(Yongsan National Park)’으로서 글로벌시대에 역행하는 명칭이 지어졌다.

그러나 과연 부수고 없애는 것만이 상책일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시내 한복판에는 치욕스러운 일제의 역사와 폭정을 상기시키는 서대문 형무소가 있다. 이 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시대 건물이지만 역사적 기념관으로 탈바꿈한 뒤 후손들에게 호국선열의 얼과 나라사랑의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교육의 도장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가?

6.25전쟁 당시 북한공산군의 침략으로 백척간두의 위험에 처한 대한민국을 돕고자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한 미군은 무려 5만 4246명의 전사자와 10만여 명의 부상자를 감수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주었다. 그 이후 용산 미군기지는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국방안보의 ‘메카’이자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 잡아 왔다.

결코 ‘오욕의 땅’도 ‘굴욕의 땅’도 아닌 자유와 평화를 지켜온 한미연합 군사전략의 산실로 존재해 온 땅이며 휴전의 당사자인 유엔군을 대표하는 유엔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 굳건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재하는 국방전략전술의 핵심인 곳이다. 이제 이곳의 군사시설이 자리를 떠난다 하여 집안청소 하듯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유기(遺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2조(기본개념)에 ‘민족성, 역사성, 문화성’을 전제한 것을 무시한 채로 ‘민족성’을 앞세워 ‘역사성, 문화성’을 말살하는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밀고 가는 현 추진상황에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 동법의 권한하에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위원장 2인과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했는데 그 면면을 확인해 보면 주로 건축, 도시계획, 조경, 환경분야가 대부분이고 실제로 중요한 역사성과 문화성을 검증하고 의견을 제시할 전문가가 배제되어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국방장관이 추진위원으로 형식적인 참여만 할 뿐 국방안보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용산기지를 넘기면서 주인으로서의 역사의식도 부재는 물론이거니와 ‘용산공원조성추진 자문위원회’에도 단 1명의 책임관을 파견하지 않고 강 건너 등불 보듯이 한다는 것은 실로 개탄스럽다고 안 할 수 없다. ‘용산기지이전사업단’이 운영되는 것을 알지만 일정에 따른 인수인계 업무가 중점이 되면서 과연 용산기지의 안보역사성에 대한 문화적 가치와 개념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따라서 국방부의 의지에 따라서 서울시민을 위한 녹지공간 속에 문화공원과 생태공원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건축물을 재활용한 역사공원의 안보테마를 조성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는다. 일부 극좌단체의 목표대로 미군사용 시설이 싹쓸이 파괴공작의 대상이 되어서 역사적 존안가치가 있는 여러 가지 시설과 건물이 숙청을 맞는다면 그것은 역사를 모르는 현 정권의 과오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도 그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국방부는 나서야 한다.

물론 우리도 미국의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자리 잡은 ‘내셔널몰’ 같은 시민들의 공원이자 휴식처이며, 관광명소로서의 ‘명품공원’을 조성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미 용산기지 주변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 및 용산가족공원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안보테마와 연관된 역사성을 살리고 예산의 절감을 위해 한미연합사령부 건물을 살려서 ‘한미동맹기념관’과 현 미8군사령부건물을 활용하여 ‘유엔군참전기념관’을 건립한다면 용산공원은 한국적 안보역사문화관광명소로 재탄생할 것이다. 특히 2013년 휴전 60주년을 기념하여 ‘한미동맹기념관’을 건립한다면 한미 양국 상호존중과 배려의 의미와 더불어 ‘21세기 포괄적·전략적 동맹’의 상징도 될 것이다. ‘한미동맹기념관’과 ‘유엔군참전기념관’ 그리고 ‘일제침략역사관’을 세운다면 인접 전쟁기념관과 함께 국가안보문화의 메카로서, 국민교육 도장으로서 용산공원 건립에 국가적 브랜드 이미지를 더할 것이다.

다가오는 2015년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는 해이면서, 용산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는 해이며, 6.25전쟁 55주년과 동시에 휴전 62주년이다. 유엔군의 참전을 기념하는 ‘유엔군 참전기념관’과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한미동맹기념관’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더욱이 제2의 한미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곳에 ‘한미 FTA 기념관’도 건립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공원의 테마가 추가되어서 전쟁기념관을 중심으로 안보역사문화관광의 테마가 잘 어우러진, 그 명칭도 ‘용산민족공원(Yongsan National Park)’보다 ‘용산글로벌공원(Yongsan Global Park)’으로 세계화로 개칭하여 국민에게 돌아와야 한다. 이 일에 용산구, 서울시청, 국방부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안보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와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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