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閑保 설덕환

떠나간 임을
그리며 오열하는 여인.
임 찾아 천리, 만리
마다않고 달려온 연인.
그리움은 강江도 바다도
담지 못하고 수문(水門)을 연다.

해도 살그머니
자리를 비우고,
달은 살며시 들어와
마음 살핀다.

간직한 마음은
부풀어 터질 것 같아
마른 침 계속 불러낸다.

숨겨온 가슴은
열고 싶어
벌건 화로(火爐)처럼
달구어만 간다.

터질 것 같다.
타 버릴 것 같다.
마음도, 가슴도.

두 손 잡고 다스려
이성(理性)의 두께를 넓힌다.
깊은 사랑은 신장(腎臟)에 간직된 채,
영원한 사랑의 결정(結晶)은
커져만 간다.

-약 력-
서정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 서정문학 작가협회 회원
세무, 회계, 경영 컨설턴트

-시평-
설덕환 시인은 긴 밤 그리움 안고서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사랑의 담론으로 시의 서두를 열고 싶었던 것일까? 이미지가 가장 투명하게 부풀어 오른 첫 연에 열병같은 사랑을 놓아두고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배어 있는 2연은 ‘해도 살그머니/자리를 비우고,/달은 살며시 들어와/마음 살핀다.’라며 사랑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데 해처럼 달처럼 하늘에 닿을 듯 마음 부푼 사랑의 신비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 세상에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사랑 때문에 상처 입고 사랑 때문에 흔들린다.

시의 제목처럼 깊은 사랑은 간절한 마음이나 눈빛이 상대방에게 꽂히지 않은데서 불타오르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다.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은 법, ‘숨겨온 가슴은/열고 싶어/벌건 화로처럼/달구어만 간다.’에서 보듯 이 시의 단어들은 매우 격정적이지만 연마다 드러나는 울림은 단정하고 분명하다. 그렇다, 설덕환 시인은 상대방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는 가장 강하고, 가장 부드러운 사랑을 우리 앞에 가만히 펼쳐 놓는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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