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한국에서 개최된 ERM코리아(위원장 허수정)의 ‘미스글로벌뷰티퀸’ 대회 우승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회 불신 걷어내고 국익도모·기초공사 튼튼히 할 시점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시대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열망이 피부관리, 성형,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등 관련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고, TV에서 등장하는 모델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뷰티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뷰티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류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꽃미남, 꽃미녀에 빠진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한국을 찾는다. 명동의 화장품 매장에는 한국 화장품을 사려는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관광객의 쇼핑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연예인들이 드라마에서 사용한 제품 또는 그들이 광고하는 상품에 열광한다. 아름다움의 가치가 확대 재생산 돼 뷰티산업으로 발전된 모습이다.

국제미인대회, 비싼 만큼 홍보효과 대단

뷰티산업이 발전하면서 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콘텐츠인 ‘미인대회’도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인대회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다. 짙은 화장에 일명 ‘사자머리’를 한 미녀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경연장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하지만 성형 논란, 심사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여성의 상품화’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중파 방송이 금지됐고 점차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미스유니버스’와 ‘미스월드’ 등 세계미인대회는 입장이 달랐다. 전 세계 10억 이상의 이목이 쏠리는 엄청난 효과와 국가 홍보 등 지구촌 미의 잔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미인대회 유치열기가 일고 있다. 특히 규모가 세계대회로 확장돼 흥미롭다.

세계미인대회의 양대 산맥 미스유니버스와 미스월드를 개최하려면, 수십억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유치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엄청난 홍보효과 때문이다.

약 한 달간의 합숙 끝에 진행되는 본선대회는 방송을 통해 전 세계 120~150개국에 생중계 되고 약 10억 명 이상의 세계인이 시청한다. 개최 도시는 관광산업 육성과 기업이미지 상승, 광고 중계료 등 기타 부수적인 산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란다 커, 지젤 번천, 나오미 켐벨 등 세계 톱모델이 등장하는 뷰티 쇼 ‘빅토리아시크릿 패션쇼’의 연 매출은 5조 원에 이른다. 이 패션쇼의 최고 시청률이 2001년 합산 약 1200만 명이었다고 볼 때 10억 이상의 인구가 시청하는 세계미인대회의 홍보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효과를 얻고자 중국은 최근 10년 동안 미인대회 개최가 더욱 활발해졌고 2003년에는 미스월드를 개최한 바 있다. 일본은 2007년 미스유니버스 모리 리요를 배출했다.

뷰티 업계에서는 한국여성들이 예쁘다는 이야기가 정설이 돼 있다. 명품 유통업의 다니엘 메이란 블루벨코리아 대표는 “한국여성들처럼 예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름다움에도 매우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한국여성”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유독 미인대회만큼은 성장하지 못했다. 1957년부터 시작된 미스코리아 대회는 국내 미인대회의 대표성을 가지며 세계 4대 미인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등용문으로서 그 입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수영복 심사 등으로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이 일어나고 미인대회가 여성을 상품화 한다는 여론이 들끓게 되면서 2002년부터 공중파 중계가 금지됐다.

당시 다음 핫 이슈토론에서 국내미인대회에 대한 국민의식도 조사 결과 ‘미의 가치를 왜곡시키는 대회, 여성 상품화 조장’ 등의 의견이 2만 2천 명으로 51.1%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대회에서의 성적도 저조했다. 1997년 한국계 미국 대표 브룩 리가 미스유니버스가 돼 화제가 됐었고 2007년 미스코리아 진 이하늬가 미스유니버스 4위에 오른 것 외에 단 한 번의 우승자도 탄생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10월 ‘아시아퍼시픽월드’라는 대회가 이뤄졌지만 영국 대표에 의해 성상납 의혹이 불거졌으며, 상금 미지급 사실이 드러나는 등 국제적으로 한국 미인대회가 큰 이미지 손실을 입었다.
 
미스월드의 줄리아 몰리(70) 대회조직위 대표는 2008년 한국을 찾아 미스코리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도 있었다. 미스코리아 1등인 진(眞)을 미스유니버스에 보내고 자신의 대회에는 2등에 해당하는 선(善)을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줄리아 몰리 회장은 올해 3월 16일 ‘미스월드 코리아’를 발족하고 본부 조직위에서 한국대표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미스월드에 참가할 한국대표 미인은 미스코리아가 아닌 미스월드 코리아를 통해 뽑힌다.

▲ 40여 개국의 남성 모델들이 참가한 2011 맨헌트 인터내셔널대회의 본선 대회가 지난 10월 서울 임패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렸다. 사진은 영예의 수상자 5명. ⓒ천지일보(뉴스천지)

세계미인대회 개최절차 “쉽지 않아”

세계미인대회 개최가 전무했던 우리나라로선 개최과정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세계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 허수정 ERM코리아(대표 박동현) 조직위원장은 12개의 미인대회 라이선스를 보유한 ERM월드(대표 알렉스 루이)를 통해 한국대회 개최를 성사시켰다.

올해 5월과 9월에 각각 ‘미스글로벌뷰티퀸’ 대회와 ‘맨헌트 인터내셔널’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한 ERM코리아는 ERM월드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했다. 이에 ERM월드는 30년간의 대회유치 경력으로 다져진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약 50개국의 내셔널디렉터들에게 대표 참가자들을 한국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허수정 ERM코리아 위원장은 “각국의 참가자를 개개인별로 모으거나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계미인대회는 쉽게 손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또한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미인대회를 발생시킬 수도 있지만, 국제대회로는 네트워크와 대회 개최기반이 약해 확산속도가 느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많은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규정에 따라 대회를 유치한 것은 국가 이미지가 달린 행사이기 때문”이라며 “국제적인 네트워크 없이 세계대회를 유치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세계미인대회를 만들기 위해 기초공사를 다지는 이 시점에서 잘못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미인대회에 대해 불신이 쌓이고 의도가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희 베라왕코리아 상임고문은 “현재 국내에서 치러지는 세계미인대회는 한류와 더불어 외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전통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며 “또한 모델산업은 뷰티산업을 총망라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인대회의 전망이 좋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까운 일본만 봐도 엔터테인먼트 분야 활동의 기준이 잘 세워져있어 매니지먼트가 합리적이다”며 “그러나 한국은 주먹구구식일 경우가 많고 기획사와 프로모터들이 영세할 뿐 아니라 기업의 후원이 고갈돼 있다. 돈을 만들기에 급급한 구조를 빨리 개선해나가야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광열 국제미스다문화선발대회 회장은 “국제미인대회의 목적은 여성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한국과 다문화가 함께 공감하는 것”이라며 “매체를 통해 물의를 일으키는 미인대회는 있어서도 안 될 일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의 미인대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조우상 아시아모델협회 회장은 “국내 모델협회의 경우 실태조사를 거치고 모델의 역량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의 경우는 그러한 법적인 제재가 없어 국내 모델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그는 이어 “또한 해외에서 돈을 주고 라이선스를 가지고 와서 여는 대회보다 어렵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국제대회를 키워 라이선스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명목이 선다”며 “또 미인대회에서 뽑은 우승자들이 향후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 분명히 밝히는 대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국제대회가 국적이 다양한 외교적인 대회라고 이야기하지만, 향후 다문화사회가 오면 파란눈 아이가 한국 국적을 가진 모델이 될 수도 있다”며 “향후 펼쳐질 여러 상황을 생각하면서, 서로 상생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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