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野 “강행처리 하면 신묘오적”… 與 “쇄국주의 빠진 민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현대판 ‘을사오적’ 논란이 여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막으려는 야당과, 이를 통과시키려는 여당 사이에 때아닌 을사늑약 논쟁이 벌어진 탓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을사오적으로,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쇄국론자로 각각 매도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을사늑약은 106년 전인 1905년 일본이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이다. 당시 한규설과 민영기 등 2명의 대신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대신들이 일본의 강압에 못 이겨 조약체결에 찬성했다. 이들을 가리켜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고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역사적 과오 덧씌우기는 민주당 내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을사늑약이 5대 2 다수결로 매각회의를 통과했다”며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FTA를) 밀어붙인다면 이근택, 권준형, 이지용, 박제순, 이완용 을사오적에 이어 한나라당 내에 이 정부의 ‘신묘오적’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정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을사늑약 이후 106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주권침탈의 위기 앞에 서 있다”며 “정부 여당은 의회 다수 폭력으로 강행처리를 공언하며 한미 FTA 날치기를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발끈한 한나라당은 민주당 강경파를 ‘쇄국론자’로 규정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끝까지 쇄국주의에 빠져서 개방을 거부하고 안으로 위축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엄정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조선시대에 배도 만들지 못하게 하고, 모든 것을 꼭꼭 걸어 잠그고, 안으로 파고드는 쇄국정책을 쓰다가, 결국은 대륙을 호령하고 장보고와 같이 모든 바다를 지배했던 한민족의 기상은 어디로 가고, 패배주의와 그야말로 위축의 위축을 거듭하다가 나중에는 국고까지 잃어버렸던 뼈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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