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립서울현충원이 지난 2009년 현충일을 맞아 1만 7000여 명의 국민이 직접 손도장을 찍어 제작된 초대형 태극기를 다시 전시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그런데 16일 기자가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시장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생전 활동상과 당시의 배경을 담은 600여 점의 사진과 실물들이 시대별로 정리돼 있었다.

손도장 태극기는 마지막 전시관인 제3전시장에 게시돼 있다. 국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그 위에 직접 찍은 손도장으로 빼곡한 태극기였다. 태극기에 대한 소개가 적힌 작은 게시판과 그 위로 VTR이 설치돼 있다. 태극기 규모가 크다 보니 접혀진 상태로 포개 있어 눈으로 확인해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충원 관계자에게 VTR 작동을 요구했으나 “고장이 났다”며 “현재 켤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고장은 언제 났는지 왜 안 고쳤는지 기자가 관련 사항에 대해 자세히 질문하기 시작하자 관계자는 기사를 내보낼 것이냐며 화를 냈다. 게다가 VTR 수리 여부는 자신들 소관인데 웬 참견이냐는 식이었다.

적반하장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시인하지 못할망정 되레 큰소리였다. 그러나 기자가 끈질기게 질의하자 관계자는 자신이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파악한 후 다시 통화하자고 했다.

결론적으로 다시 통화하게 된 그 관계자는 말을 번복했다. 지난 3월부터 해설사가 전시장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VTR은 고장난 게 아니었다.

전시장을 둘러본 시민들이 VTR을 켜 달라고 하면 또 고장났다고 할 것인가. 유명무실해진 VTR을 방치해놓고 해설사가 설명해준다니….

국민의 나라 사랑 마음이 담긴 손도장 태극기의 취지에 맞게 잘 관리하고 전시하겠다던 현충원은 실제 관리는 소홀히 하는 행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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