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명희, 최진숙, 곽영희, 신미선, 정선희, 송용라, 이강태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집 밥’ 먹으며 직원간 정 나누는 직장인… 팀워크 좋아져 업무 시너지 ‘톡톡’

[천지일보 대전=강수경 기자] “싱크대에 담가 놓아라.” “네.” IT계열 회사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오우진 팀장이 밤늦게 퇴근 후 가장 먼저 그의 모친과 나누는 대화다.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 출근하는 그에게 도시락을 챙겨주기 위한 모친의 따뜻한 마음이 담겼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도시락을 애용하는 회사원이 늘고 있다.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도시락을 함께 먹으면서 피어나는 직원 간의 ‘정’이 업무에 시너지효과를 준다고 한다.

이에 한 기업의 점심시간을 들여다봤다. 대덕특구 IT전용벤처타운에 있는 웹디자인 에이전시 플랜아이의 점심시간.

정오가 되자마자 주섬주섬 각자 마련해온 도시락을 꺼내기 시작한다.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사람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떴다.

두 테이블에 나눠서 팀을 이뤄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싸온 반찬들이 모여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식탁에는 웹 유지보수를 맡은 BM팀, 제작을 담당하는 E-BIZ 사업부와 기획 팀 등 구성원의 팀 소속도 다양하다.

눈에 띄는 반찬은 집에서 밥을 먹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기고 양도 많은 ‘김치’다. 반찬의 주인공은 입사한 지 4개월째 되는 이강태(30, 남) 씨다.

그는 “어머니가 베푸시는 것을 좋아하셔서 많이 싸주신다”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밥을 사먹었는데, 도시락을 먹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집 밥을 먹어서 더 안정된다”고 전했다.

도시락 반찬이 독특해 레시피가 공개되기도 했다.

두 아이를 두고 도시락까지 챙겨오는 부지런함을 자랑하는 정선희(31, 여) 씨가 만든 어묵 볶음의 양념장 레시피가 공개됐다. 박명희(30, 여) 씨는 이 레시피를 집에 공개해 모친이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불고기 양념을 부어 다른 양념 없이 간편하게 볶았다.

점심을 먹으면서는 TV프로그램이나 개인사를 나누는 등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갔다. 밥을 먹는 내내 구성원들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밝은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고, 외부에 다녀오는 시간을 줄여 여유까지 생기니 일석이조다.

하지만 회사가 설립된 2004년부터 도시락을 사원들이 먹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백반 집과 계약해서 정기적으로 메뉴를 바꿔서 먹거나 직접 나가서 사먹었다. 하지만 반찬도 부실해지고 불만족이 심해지면서 하나 둘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해 지금은 광주지사를 포함해 전 직원 30여 명 중 3분의 1이 도시락을 먹는다고 한다.

회사 측에서도 도시락을 적극 권장한다. IT회사라는 특징 때문에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다.

이상민 사업이사는 “회사 특성상 직원들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점심시간이 짧다. 도시락을 먹게 되면서 직원들이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우진 팀장은 “일 때문에 생긴 껄끄러운 감정이 있었더라도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다 푼다는 말이 있듯이 밥을 먹으면서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귀찮은 점이 있고, 다소 바쁜 아침이 될지라도 직원들은 도시락이 주는 매력을 놓을 수 없어 오늘도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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