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커가는 위안화 블록시대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경제의 마지막 중심축으로 불릴 만큼 커졌다. 이와 함께 미국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한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준비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또한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결제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세계경제 속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세계경제 견인차 중국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경제가 2016년이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14억 인구를 토대로 내수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대규모 수요창출을 통해 세계경제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또한 현재 3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생산과 소비, 투자 등을 활발하게 움직여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중국의 산업화가 고도화되고 자본이 축적되면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수출도 중국 중심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중국은 이러한 경제 위상 확대와 함께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해 오래전부터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왔다.

지난 2009년 중국은 위안화 국제무역을 허용했고 올 들어 8월에는 위안화 국제무역 허용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키로 하고 웹 사이트를 통해 세부내용을 담은 ‘외국인 직접투자 인민폐(위안화)결제업무 관리방법’을 공고했다. 무역 및 투자에서의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 외국인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직접 투자를 하려면 일단 달러화를 갖고 와서 위안화로 바꾼 뒤에야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즉, 사실상 이제까지는 위안화 직접투자가 불가능했다.

중국 밖으로는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 위안화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문제가 지속되면서 유로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도 위안화 부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위안화는 지난 3분기 달러화 대비 1.2% 상승해 25개 주요 개발도상국 통화 중 유일하게 가치가 상승했다.

지난 5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G20에서 중국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며 우리나라는 중국경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신 차관은 “중국은 여전히 성장률이 높지만 성장률 하락 조짐을 보이자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추세”라며 “중국은 향후 우리와 교역할 때 타이완처럼 위안화로 결제해 위안화 국제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위안화 부상… 국제화 발판 마련

지난 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회의에서 G20 정상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결제수단인 특별인출권(SDR) 통화구성을 다양하게 바꾸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가 SDR에 새롭게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위안화를 달러와 함께 세계 양대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중국은 현재 위안화를 통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홍콩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위안화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위안화 결제은행을 지정해 무역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지난 2일 아시아·태평양지역 중앙예탁결제기관총회에서 강연자로 나선 에스몬드리 홍콩중앙은행 전무에 따르면 올해 홍콩에서 위안화로 결제된 총량이 1조 2000억 위안에 달한다. 주식이나 채권거래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로 환전하는 데 있어서도 위안화가 제한 없이 쓰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렇듯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중국과 교역시 위안화 사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20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위안화 국제화의 영향과 기업대응 전략’ 보고서를 통해 “현재 위안화의 무역결제 사용액은 중국 접경국을 중심으로 급증세”라며 “대(對)중국 수출입 비중이 커짐에 따라 국내기업과 정부도 중국과 교역시 위안화 사용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무역결제액은 2009년 하반기(7~12월) 36억 위안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4393억 위안으로 1년 새 100배 이상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위안화를 중국과의 무역결제 통화로 사용할 경우 기업들의 달러 변동성 리스크 감소와 대중국 교역 경쟁력 강화 등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위안화는 원화의 새로운 동반자

특히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지난달 14일 ‘2011 KRX EXPO’에서 열린 ‘혼돈 금융환경과 성공적 자산관리 세미나’에서 최근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중국의 수출증가율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구조가 친밀하고 원화와 호주달러는 중국경제에 가장 민감도가 높은 통화이기 때문이다. 원화는 또 아시아 통화 중 유동성과 개방성이 가장 높은 통화로 꼽힌다.

실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규모는 18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33.7% 증가했다. 올 들어 9월까지의 교역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20.8%나 늘었다.

또한 지난해 수출 결제통화에서 중국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0.053%로 2009년 0.009%에 비해 크게 늘었다.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늘어나면서 위안화 결제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이뤄지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무역결제 통화로서의 위안화 국제화 진전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치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경제의 특성상 위안화의 국제화는 중국경제의 변동성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이는 결국 우리나라 수출의 변동성 또한 축소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중 양국의 무역회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위안화 결제를 희망하는 이유로 위안화의 통화 가치가 엔화 및 유로화에 비해 높다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출 통화 다변화에 따른 환리스크 완화, 거래 비용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바이 코리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장기적으로 중국이 한국경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경쟁력과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면 우리나라의 경제 및 금융시장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안화 선호현상 및 활용도 제고로 원화 금융시장에 대한 국·내외의 투자가 위안화 금융시장 투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치훈 연구위원은 “위안화 국제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결국 리스크 요인만 떠안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산업·금융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최선의 대응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관련 팀을 구성하는 등 지금보다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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