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494년 전 즉, 1517년 10월 31일 루터의 종교개혁을 잘 알고 있다. 종교가 타락했을 때,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인쇄물로 만들어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붙임으로써 종교의 부패와 타락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날 것을 주문했던 종교개혁의 시작일이다.

오늘날도 그때와 같이 95개 조항을 발표하면서 또다시 부패한 작금의 종교세계를 향해 종교가 개혁할 것을 주장하고 나오는 개신교 단체가 있어 화제다. 그들이 주장하는 종교개혁의 주된 대상은 다름 아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이는 약 500년 전엔 가톨릭의 면죄부가 종교를 병들게 한 원인이었다면, 오늘날은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비롯한 온갖 권력․명예․돈으로 얼룩진 군상(群像)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이 말은 종교타락의 극치를 달리던 중세교회와 같이 오늘날 또한 그때와 다를 바가 없음을 알리는 것이며, 어쩌면 오늘날은 개혁을 넘어 끝장을 예고하고 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자칭 종교지도자들의 연합체인 한기총은 마땅히 해체돼야 한다는 것이며, 아울러 한기총이 해체해야 하는 이유를 95개 항목으로 조목조목 정리해 그 해체의 당위성을 강하고 적나라하게 주장하고 나오는 것이다.

한기총이 해체돼야 하는 이유 95가지를 다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가운데 꼭 짚고 넘어갈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를 두고 돈 뿌리며 욕하고 싸우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게 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사칭한 하나의 이익단체에 불과하다. 하나님 이름으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정치를 한다. 독재․보수․정치권력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혜택을 받아 누려온 한기총이다. 한기총 소속 목회자들은 목자(牧者)라기보다 정치꾼이다. 자기 보신과 영달을 위해 한기총이 명예직이 되어버린 지금, 오히려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며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종교개혁 당시의 로마 가톨릭과 다를 바 없다. 한기총은 기독교계의 단합이 아닌 분열을 야기한다.

한기총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 한기총은 교회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임의의 사설단체에 불과하다. 세계 어디에도 나라를 대표하는 개신교 단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주장이며, 따라서 한기총은 무조건적으로 해체돼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 내용에 대한 핵심을 다시 요약해 본다면 ‘한기총은 종교의 주인 되신 하나님은 익히 존재하지 않으며, 교회법상으로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사설 사기단체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단체의 탄생이 이미 종교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목적 내지 정치권력자의 하수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끝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개신교 단체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상과 같은 주장과 현실을 놓고 본다면 이 나라 국민과 종교인 나아가 기독교인은 종교가 아니면서 종교인 체, 신(神)이 아니면서 신(神)인 체하는 종교의 허상(虛像) 앞에서 춤추며 꼭두각시놀음을 해왔음이 드러나고 만 셈이다.

꼭두각시놀음에 장단을 맞춘 예는 무수히 많겠으나 대표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이단규정’이다. 그들에게 세뇌(洗腦)되고 길들여진 한국교회와 교인들은 모 교단들에 대해 이단이라 칭하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한결같이 공식화된 대답이 있다. 바로 ‘한기총에서 이단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라는 대답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살펴볼 것은 이 한기총은 장로교를 주축으로 해 구성돼 있으며, 일제치하에서 수많은 신앙인이 조국과 신(神) 앞에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지조를 지킬 때, 자신들이 섬기는 하나님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일본 천황을 향해 하루 세 번씩 절을 하던 바로 그 장본인들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 뿌리를 찾아가 보면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교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취급하며 강제로 개종을 시키며, 그것도 안 되면 마녀사냥으로 살인을 일삼던 바로 칼빈의 후예들이며, 어처구니없는 것은 칼빈을 기념하며 칼빈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지까지 드러낸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신(神)도, 자격도, 말씀도 없으며 종교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허상의 조직 앞에서 지금까지 절하며 종노릇해왔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그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오직 만물이 우리를 상관하시는 자의 눈앞에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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