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주스님.ⓒ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달마선원장 범주스님 ‘천년선화 특별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붓을 잡는 순간,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진정한 달마도를 그리려면 참선과 수행으로 마음을 비우고 달마대사가 전하려는 선(禪)의 세계의 맑은 기운을 그림에 배어들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가 후 35년간 달마도를 그려온 ‘달마도의 대가’ 범주스님은 14일 기자를 만나 그의 그림을 이같이 설명했다. 스님은 “보는 이에게 맑고 밝은 기운을 전달함으로 선불교의 깊은 정신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범주스님(68)은 1966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예술의 길을 선택한 그는 항상 되뇌인 한마디 “무엇 때문에 사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라는 인생의 근본문제를 고민해 오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인천 용화사의 전강스님을 만나 출가한다.

범주스님이 선화를 입문한 계기는 무주 안국사라는 절에서 참선하다가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그는 여러 선방에서 수행하다 해외 포교로 널리 알려진 숭산스님을 만났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개인전 등 다수의 작품 활동했으며 LA 달마사에서 주지를 지내던 시절에는 참선과 포교에 매진하기도 했다. 범주스님은 1989년 귀국한 이후 충북 속리산 인근 달마선원에 머물며 수행을 정진해 왔다.

▲ 범주스님의 달마도. ⓒ천지일보(뉴스천지)
범주스님은 옻칠을 이용하면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뛰어난 보존성에 착안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천년선화(옻칠선화)’를 2년 전 개발했다. 그는 2009년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첫 작품전시회를 가진 뒤 올해 두 번째로 작품전을 열고 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와 선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2010년 개원된 조계종 국제선센터(주지 현조스님) 1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범주스님은 지난 6일 ‘천년선화 특별전’을 열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고 있는 작품 100여 점을 속리산 달마선원에서 운송해 전시회를 마련한 범주스님은 “한국불교의 전통수행법 가운데 대표 수행법인 선 수행을 세계에 알리자는 선센터에서 전시회를 열어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 천년 세월 선(禪) 사상 풀어내는 ‘옻칠선화’
그는 “옻에서는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이 나온다. 또한 수십 년간 수행을 통해 밝은 기운을 담아 그린 옻칠선화에는 달마대사의 선 수행의 마음도 담겨 있다”며 “이 모든 맑은 기운이 보는 이에게 전해져 모두가 밝은 세계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작은 소망도 밝혔다.

하지만 달마도에 대한 세인들의 오해를 참으로 안타까워했다. 달마도를 하나의 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뿐 아니라 심지어 절에서도 달마를 그려주면서 부적으로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불교 기복신앙의 폐해이기도 합니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스님은 수행을 통해 맑고 밝은 기운을 달마도에 담아내서 모든 이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는 데 힘쓸 것이라 말한다.

범주스님은 지난 2006년 부산 APEC정상회의 당시 범어사에서 2007년 태국 국왕 80세 기념행사 때 초대돼 달마도 퍼포먼스를 선보여 한국불교 선화의 세계를 널리 알린 바 있다.
범주스님은 이번 전시회의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를 소외된 계층 돕기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달마도-고대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 ‘Bodhidharma’를 음독한 보리달마를 줄어서 ‘달마’라 하는데 보디(bodhi)는 ‘깨달음’, 다르마(dharma)는 ‘법(法)’을 의미한다. 중국 선종의 종조인 달마대사는 남인도 향지국의 왕자로 태어나서 출가한 후 인도의 28대 조사로서 중국에 와서 그의 선사상을 전파했다. 달마도는 수행 정진 속에서 내면의 울림에 의해 나를 잊고 나를 버린 후 그리는 수행의 한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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