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규모, 올해 정부 예산의 100배 수준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파생금융상품의 거래 규모가 연내 3경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장내·외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2경 8537조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전체 거래대금이 3경 350조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의 100배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금액은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달러선물, 국채선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장내 파생상품과 주식, 이자율, 통화, 신용 등과 연계된 장외 파생상품을 모두 포함한 거래대금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장내 파생상품시장 거래대금 합계가 1경 4266조 1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총 거래대금인 1908조 4000억 원에 비해 7.5배나 된다.

국내에서 파생상품 거래가 시작된 것은 1995년부터로 이후 급성장해 15년 만에 세계 최대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전 세계 거래량의 16.8%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독일 파생상품 거래량 18억 9700만 계약(8.5%)의 2배에 달한다.

파생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전문성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시장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몰렸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투자가 워런 버핏은 지난 2003년 금융 파생상품을 ‘대량 살상무기’와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파생상품 거래는 투기성이 짙어 대규모 손실을 감추고 있다가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장내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의 거래비중은 32.3%, 외국인(31.5%)보다 높았고 기관과 비슷했다.

장외시장도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둔화하는 추세다.

국내 장외거래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통화선도나 통화스와프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가 위축됐다. 정부가 선물환 거래 등 외환 관련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 등 장내 상품은 레버리지(지렛대)를 선호하는 개인이 몰리면서 급성장한 반면 주로 법인이 많이 활용하는 장외 상품은 정부의 강한 규제에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했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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