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유대인을 증오하는 집단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방화 사건이 발생해 유대인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의 미드우드 지역에서 주차된 차량 3대가 불탔다. 미드우드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생존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대인 커뮤니티다.

경찰은 현장의 벤치와 차량 등에 나치 독일의 상징인 스와스티카(卍), 유대인을 비하하는 낙서 등과 함께 미국의 극우비밀결사 단체인 쿠클럭스클랜의 이니셜(KKK)이 새겨져 있는 점으로 미뤄 유대인을 증오하는 백인 우월주의 집단의 범죄로 보고 있다.

브루클린의 유대인들은 심한 충격에 빠져든 가운데 13일 외국인에 대한 증오와 불관용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시위에 참가한 에이튼 엘러씨는 "이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데 대해 심한 충격을 받았다"며 "당신은 이것을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차량이 불탄 지점에서 2블록 떨어진 곳에 산다는 도브 하이킨드 뉴욕주 하원의원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된다"며 "스와스티카나 KKK 뿐이라면 그냥 당혹해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폭력이 수반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미드우드에 살고 있는 노모가 생각났다고 했다. 현재 90세인 그의 노모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직접 겪었던 사람이다.

에릭 애덤스 뉴욕주 상원의원은 "스와스티카는 우리 모두에게 악몽을 되살아나게 한다"며 "한때 매직펜으로 증오심을 표시했던 그들이 이제는 휘발유를 사용해 차량을 불태웠다. 우리는 폭력을 용인할 수 없다는 단결된 메시지로 그들의 공격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뉴욕주의회 의원들과 미드웨이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와 함께 맨해튼의 반(反)월가 시위대 일부도 참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인종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중이나 사건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용의자는 한명도 체포되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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