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갈치 시장의 홍대대사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상인 이영주(36) 씨.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요청에 냉큼 꿈틀대는 문어를 들어 올린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항구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은 단연 ‘자갈치 시장’이다. 자갈치 시장은 유통을 담당하는 시장의 기능을 넘어서 부산 10대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을 만큼 관광 기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전국 1600여 개 재래시장이 싼 가격으로 공략해 오는 대형 슈퍼마켓과 수입 농수산물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적자생존이라는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앞에 자갈치 시장은 어떤 자구책을 갖고 난관을 헤쳐 나가고 있을까?


‘자갈치 아지메’ 입담에 사람 냄새 ‘폴폴’
 

현대화 사업으로 확~ 바뀐 자갈치 시장
친수공간 복합상가 신축건물 ‘눈길’
관광객 주머니 열 콘텐츠 개발 주문도

[천지일보 부산=백하나 기자] 지난 3~4일 찾은 부산의 명물 자갈치 시장. 부산 지하철도 1호선을 타고 출구로 나오면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자갈치 시장의 캐치 프라이즈가 적힌 대형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구 남포동 4가에 들어선 자갈치 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길가 양쪽으로 수많은 횟집과 노점상, 자갈치 상인이 늘어서 있는데 축축하고 비릿한 생선 냄새가 코를 찌르는 순간 ‘부산 대표 수산시장에 왔구나’하는 짜릿한 환희가 느껴질 정도다.

보통은 충무동과 남포동 일대의 재래시장을 모두 자갈치 시장으로 알고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자갈치 시장은 남항을 내다보고 있는 현 신축건물을 말한다.

신축건물을 중심으로 수협자갈치 공판장과 신동아수산물시장, 부창복합상가빌딩 등이 늘어서 있다. 신축 건물을 돌아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인 ‘자갈치 아지메’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자갈치 시장은 지난 2003년 현대화 작업에 착수해 총 407억 원을 들어 건물을 신축했다. 총 7층으로 세운 자갈치 시장 신축건물은 갈매기가 날아오르는 모양을 형상화해 친수공간을 비롯한 복합 상가로 건립했다.

▲ 자갈치 시장 변천 과정. 현재는 2006년 신축공사를 완료해 총 280여 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제공: (사)부산어패류처리조합)

1층은 활어센터가 2층은 건어물판매점과 식당이 입주해 있다. 1층에서 시민들이 싱싱한 횟감을 고르면 즉석에서 잡아 위층 식당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3층에는 국제상인교류센터와 (사)부산어패류처리조합 등 시장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실이 들어섰다. 4~5층은 한정식당, 뷔페, 웨딩홀이 들어 서 있고 7층은 하늘공간이라고 하는 전망대를 마련해 남항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복합 문화 공간을 마련함으로서 자생력을 갖추려는 자갈치 시장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층 활어센터에는 수산물, 어패류 등을 판매하는 총 28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총 1000여 명의 상인이 입주해, 보다 쾌적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싱싱한 활어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신축건물보다 깨끗한 시설보다 낡고 허름한 전통 시장 골목을 더 자주 찾는다. 그래서인지 신축건물 보다는 충무동 방향으로 늘어선 시장 골목을 들어서는 외국인과 시민을 더 많이 본다.

◆ ‘남항 싱싱 회+후덕한 인심’ 자갈치의 매력

골목을 들어서면 천막 끝에 달아놓은 가오리와 생선들이 출렁이고 싱싱한 활어들이 고무대야에서 펄떡인다. 왁자지껄한 골목을 조금 더 들어서면 자갈치 시장을 대표하는 먹을거리인 꼼장어와 생선구이 집이 길게 늘어서 있다. 1인 분에 1만 원하는 생선구이도 흥정만 잘하면 3000~4000원 깎아주는 것은 기본이다.

수협공판장에서 만난 상인 장모(64) 씨는 이곳에서 30년 이상 장사를 해온 토종 ‘자갈치 아지메’다. 그는 자갈치 시장의 변화 과정을 모두 지켜봐 왔던 증인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현대식 건물 저런 것도 없었재. 자갈치 시장도 마이 좋아졌다~. 이제는 수입 농수산물 팔지 못하도록 곳곳에 감시 카메라도 설치해서 철저히 관리도 하재, 통역하는 사람도 곳곳에 배치해서 관광객들 이용하기도 편하재, 자갈치 시장 같은 곳이 어딨노?”

감시를 강화하면서 엄격한 통제를 하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었지만 그 만큼 시민에게 믿을 수 있는 수산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자성이었다. 이 외에도 자갈치 시장은 시장 상인으로 구성된 봉사단과 청년회가 있다. 매달 말일이면 남포동 용두산 공원에서 무료 급식을 실시해 얻어진 수익금을 부산 시민에게 환원한다. 자갈치 시장에 대한 인식 제고의 효과는 물론 홍보 효과도 있다.

▲ 지난 10월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 내에서 부산 자갈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자갈치 축제는 매년 마다 진행되며 장기자랑, 먹거리 장터, 체험 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올해 10월 열린 자갈치 시장에 모습. 시장통이 시민들로 북적북적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산 자갈치 시장 상인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오죽하면 부산의 명물이 사람일까. 김명순(56) 씨는 시장의 자랑은 단연 ‘자갈치 아지메’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김 씨는 “이곳에 있는 자갈치 아지메들이 입담이 좋고, 인심이 후해서 맛있는 음식이 더 맛깔나게 느껴진다. 자갈치 시장이 남항과 인접해 있어 싱싱한 횟감을 바로 공수해 올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가 높다는 점은 둘째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 “장사 예전만 못해도 홍보대사란 자부심으로 일해”

관광 명소인 자갈치 시장도 다른 재래 시장처럼 매출 부진을 겪고 있을까? 김 씨는 “얼마 전부터 마트며 수입 산이 많이 들어와서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싱싱한 물건을 더 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손님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친절을 베푼다”고 말했다.

▲ 수협 공판장. 이곳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수입 수산물 판매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도 상인들은 계속해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자갈치 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영주(36) 씨는 “이곳 자갈치 시장 상인 모두가 부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홍보대사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며 “나 같은 경우 관광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생선도 들어 보이고 말 하나도 더 즐겁고 재밌게 건네면서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관광 명소이지만 자갈치 시장 상인들이 한파를 느끼는 이유는 조금만 현장에서 지켜보면 잘 알 수 있다. 자갈치 시장은 끊임없이 관광버스가 들어오고 나간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구경만 하고 돌아갈 뿐 좀처럼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

상인들도 많은 관광객이 오고 가지만 실질적으로 물건을 사는 비율은 국내인과 외국인을 비교해 8대 2의 비율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자갈치 시장 내에서 경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식으로 지은 신축건물이 있지만 예정한 전시실은 완공이 덜 됐고, 건물 일부는 입주가 안 된 채 공사 중인 곳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전망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7층 전망대는 좁은 공간에 망원경 두 대만 설치돼 있을 뿐이어서 애써 건물을 올라왔다 실망스런 기색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외국인이 여럿 목격됐다.

진상훈(42, 부산 중구 남포동) 씨는 “관광에 의존하는 자갈치 시장이지만 변화 속도가 다소 더딘 것 같다. 최근 남항 근처에 친수공간이 생기고 현대화가 되기 시작했지 그 이전에는 전통 재래시장의 풍경과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는 광안리, 해운대, 태종대 등 수산물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지가 있으므로 자갈치 시장이 수익을 올리려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개발이 필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자갈치 시장 7층 하늘공원을 찾은 외국인들이 들어오자 마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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