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등 의미 되새겨야 할 날은 잊히고
상업적 기념일 “그래도 아이들의 탈출구”
‘~데이(DAY)’ 이러다 ‘한글데이’될라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11일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를 맞아 ‘데이문화’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특히 반대하는 이들은 “데이문화는 상술에 젖은 것”이라며 특정 상품명 뒤에 ‘데이’를 붙이는 현상을 꼬집었다.

특히 청소년 등 젊은 세대들은 개천절이나 한글날보다 밸런타인데이 등 상술적인 데이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이로 인해 정작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겨야 할 날이 상술로 잊혀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 상술의 함정 vs 청소년 탈출구

유통업체 등 기업의 영리 목적으로 데이마케팅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모 기업에서 11월 11일을 두고 ‘빼빼로데이’라고 한 이후 전통 떡업체 ‘가래떡 데이’, 베트남 음식업체 ‘젓가락 데이’ 등 유사한 데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 빼빼로데이는 ‘1’이 여섯 번 있는 이유로 천 년에 한 번 온다고 해 ‘밀레니엄’이 앞에 붙었다.

9일 퇴근길에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들른 정수민(28) 씨는 빼빼로 판촉행사를 접하고 경악했다. 정 씨는 “밀레니엄이라고 해서 포장만 번드르르할 뿐 정작 먹을 게 없다. 이 같은 상황은 빼빼로뿐만 아니라 다른 데이 때도 마찬가지”라며 매대에서 걸음을 돌렸다.

빼빼로데이뿐만 아니라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화이트데이(3월 14일) 등 데이에 지갑을 연다. 특히 청소년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0) 양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줄 빼빼로를 36개를 샀다. 용돈이 부족하자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랐다.

하지만 데이문화를 찬성 편에 선 사람들은 “청소년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회가 된다. 이들은 답답한 현실을 잊기 위해 특정 날짜에 함께 선물을 나누고 음식을 먹으면서 잠깐씩이나마 해방감 느낀다고 한다”며 적당한 데이 문화를 찬성했다.

◆ ‘~데이’ 한국어 놔두고 굳이 외래어를…

상술뿐만 아니라 아무런 의미 없이 쓰이는 ‘~데이’에 쓴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트위터 @tro****는 “굳이 만들 거면 조금은 공공의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툭하면 무슨 ‘데이’라고 떠든다. 한우데이, 한돈데이? 이제 한글날도 한글데이라고 할 거 같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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