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압록강 다음가는 ‘한국 제2의 강’ ‘영남의 젖줄’ ‘한반도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낙동강은 경상도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이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산업화 및 강 주변 비닐하우스와 농경지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농약 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해 ‘버려진 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아울러 곳에 따라 홍수나 가뭄에도 취약했다. 정부는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살리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됐던 준설 부분과 관련해서도 이번 장마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됐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과연 주민들도 정부의 주장대로 긍정적인 보 건설 효과를 경험하고 있을까. 낙동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만족도, 지역 따라 천차만별… 지역 특성 고려한 보완책 필요

지역별 4대강 사업결과 주민반응 ‘하늘과 땅 차이’

◆주민들 “홍수피해 줄고 수질개선·농가수익까지”
[천지일보=김예슬‧백하나 기자] 지난달 28일 창녕함안보 개방행사를 하루 앞두고 찾은 낙동강 사업 18공구 경남 창녕군 길곡면 증산리. 증산리 신용운 이장은 “우리 마을에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론을 대표할 수 있는 주민 한 사람을 소개했다.

그는 증산리에 60여 년간 살면서 홍수로 인한 피해를 수차례 입었고 낙동강 수변공간 내 1000평 이상 감나무 농사를 지어 온 당사자였다. 마을 입구에서 농약사를 운영하는 허근(65) 씨는 “증산리에 보 공사가 진행된 후 홍수로 인한 농지 침수 피해가 현저하게 줄었다”며 “예전 같으면 비가 올 때 강물이 가게 안까지 들어와 발목까지 물이 차오르곤 했지만 이제는 그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에 따르면 증산마을 사람들은 2년 전 제방을 쌓기 전까지만 해도 우기에 홍수피해를 입을까봐 불안에 떨었다. 비가 800㎜ 이상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애써 길러 온 농작물이 침수되는 것은 물론 가게와 집안까지 물이 들어와 집기들을 실어 나르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비가 올 때마다 단수, 단전은 물론 교통이 마비되는 아비규환의 상태를 수년간 겪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허 씨는 “진작 4대강 사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홍수만 막았어도 침수피해로 인해 생계마저 위협을 받아 그토록 하고 싶던 공부를 못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제방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에는 강물이 불어 둑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가 몇 차례 발견됐다고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쌓인 모래를 끌어내는 준설작업이 이뤄지자 강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져 이제는 폭우가 쏟아져도 홍수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4대강 사업을 이 마을 주민들이 지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강바닥에서 파낸 모래로 둑 바깥 쪽 농지에 흙을 쌓아 땅이 오히려 비옥해져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이모작이 가능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수질개선의 효과를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주민 하운재(56) 씨는 “나도 낙동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다가 4대강 사업을 실시한다고 해서 땅을 내준 피해자다. 하지만 사업이 실시된 이후를 보니 무엇보다 식수원이 깨끗해져 국민을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 중 일부는 강 주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사용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농지를 정부에 내주고 제방 안쪽에서 농사를 짓지 않게 되자 낙동강이 더욱 깨끗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밖에 주민들은 수변공간 조성으로 인해 얻을 관광·문화적 혜택은 당연한 부수적 효과로 기대하고 있었다.

낙동강 사업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호의적인 여론은 대부분 증산마을의 사례와 비슷한 경험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다. 낙동강 사업 구간 지역마을 이장들은 대다수 홍수 피해 절감 효과로 인해 얻어질 경제적인 효과와 수질개선 효과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구미보 주변에 위치한 경북 구미시 선산읍 독동리 정홍섭 이장은 “우리는 4대강 사업이 가져다 줄 경제적, 관광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농사의 경우 기존에는 3분의 1만 이모작하던 것이 4대강 사업 후에는 100% 가능해져 생산량이 늘었고, 땅값도 평당 7~8만 원에서 10만 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돼 경제적 효과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고 전했다.

특히 이 마을은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가 잦았지만 이제는 특수작물 재배로 농가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피해주민 “무리한 사업 진행… 보상해야”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진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진행된 사업이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강정고령보 주변에 있는 경북 대구시 달성군 죽곡2리 김종갑 이장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죽곡마을의 경우는 하천 관리를잘 못해서 농지가 10~15% 이상 잠겼고 이로 인해 물가가 하락하는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다고 보지만 후손에게 물려 줄 것을 생각하면 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어 소하천 정비 등 사후 관리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 봉산1리 최석관 이장도 사업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최 이장은 “낙동강 준설로 강 수위가 낮아져 논에 물을 못 대다 보니 파 수확량이 전체 마을 중 15~20% 감소했다. 5%만 감소해도 경제적 타격이 크니 매우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주민에 대한 피해보상은 물론 보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