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일이 더 가까울수록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밤잠도 설칠 수험생들의 건투를 비는 교사와 학부모, 후배들의 정성스런 응원이 눈길을 끈다.

‘수능응원’ 동영상·마라톤·편지·먹거리 등 다채로워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결전의 날, 11월 10일. 수능을 하루 앞뒀다. 수능 당일만큼은 자기 실력과 200%의 운이 발휘되길 간절히 바라는 수험생들. 이런 마음은 고3 담임교사나, 학부모, 예비고3 후배들도 똑같다. 수능일이 더 가까울수록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밤잠도 설칠 수험생들의 건투를 비는 교사와 학부모, 후배들의 정성스런 응원 모습을 소개하고자 한다.

재치 넘치는 유행어 문구, 선배들 폭소

“ALL 1등급이라고 쇠고랑 안 차요, 경찰출동 안 해요”
“나안! 우리나라 1등급 고3이야, 최강병기 고3, 수능 0점 맞는 거 못해”
“수능 450위원회, 수능 대박 머리띠 두른 김원호(개그맨) 야, 안 돼~ 450! 무슨 생각을 하고 그래, 생각하다 보면 시간 다 가지”
“OMR 찍는 뒤태가 예뻐” “선배 재수 없어요”
“급식(공부)이 맛없어 가실 때에는 서울로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수능의 백미 450점 만점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옵소서.”
“찍신 강림하시길…”

참신한 문구와 열정적인 후배들의 응원 열기가 대단하다. 예비 고3이 된다는 불안감이 섞인 응원과 영화 대사나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도 재밌게 패러디했다.

광주 동신여고 방송반에서는 작년부터 ‘수능 응원 동영상’ 제작에 나섰다. 이번 동영상에는 실화 스토리를 바탕으로 역도 선수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영화 ‘킹콩을 들다’의 대사와 화면을 고3 수험생들의 상황과 잘 연관시켰고 후배들의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밌는 쪽지 내용을 담았다.

전남 광양여자고등학교에서도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후배들과 교사, 학교 구성원 모두가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수능응원 립덥’과 제작 과정도 담아냈다.

이 학교 학생부장의 말에 따르면 동영상을 본 고3 수험생 교실이 일제히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또 전통적으로 수험생들에게 기를 불어넣는 학교도 있다. 서울고는 수능이 처음 도입된 날부터 지금까지 수능 예비소집일이 되면 ‘고3을 위한 장행 행사’를 한다. 1, 2학년 후배들이 도열하고 그 사이를 고3 선배들이 지나갈 때 ‘풍물놀이’ 동아리 학생들이 꽹과리와 징 등 요란한 응원도구로 한껏 분위기를 내주면 후배들과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인사, 포옹 등을 한다.

한 학교에서는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학생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요통을 줄여, 신경안정과 집중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체조, 일명 ‘수능만점체조’로 수험생의 긴장을 완화해주고 있다.

▲ 수능일이 더 가까울수록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밤잠도 설칠 수험생들의 건투를 비는 교사와 학부모, 후배들.

동고동락한 교사 마지막까지 응원

수험생들의 마지막 고교생활의 1년을 동고동락한 담임교사들도 학생들 못지않게 때로는 마음 졸이며 함께 울고 웃었다.

수능을 앞두고 매년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전북 군산제일고 소명섭 교사.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을 하다가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제자에게 희망을 주고파 소 교사는 달렸던 것이 계기가 돼 지금껏 학생들에게 ‘중도에 절대 포기하지 마라’고 온몸으로 전해주고 있다.

평소 운동을 싫어했던 소 교사가 42.195km의 풀코스를 소화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밀은 등판에 있다. 그의 의지도 한몫했지만 ‘번호판’ 대신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각자 원하는 수능 점수나 소망 등이 적힌 ‘응판 등판’ 덕분이다.

몸으로 감동을 주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학교 전체가 수험생을 위해 응원전을 펼치기도 한다. 부산 낙동고에서는 매년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점등식’을 개최한다. ‘수능 대박’이 쓰인 연등 아래로 수험생들이 직접 자신의 소원성취 내용이 적힌 리본이 달려있다.

신성호 학생부장은 “5년 전부터 수능 한 달 전에 수험생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해 시작했다”며 “후배들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보드판은 중앙 현관에 전시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경기 태원고에서는 고3 수험생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수능 100일 정도를 남겨두고 ‘수능기원제’를 연다. 수험생들은 자신의 학업의지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담는 ‘기원문’을 작성해 교실에 비치해 놓는다.

3학년 부장이자 담임을 맡은 김순범 교사는 “우리 학교는 1학년 아이들을 맡으면 그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함께 한다”며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아이들이 잘 해내리라고 믿는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정성이 깃든 편지나 먹거리로 응원에 나서기도 한다. 경기도 안산 단원구 초지고등학교 강정훈 교사는 “올해엔 담임을 맡진 않았지만 쿠키를 구워서 아이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 초지고 박세희 고3 교사도 아침을 잘 안 먹는 학생들을 위해 당 섭취에 안성맞춤인 종류별 초콜릿과 편지를 챙겨줄 예정이다.

한편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잠 못 이루고 고생한 학부모도 빠질 수 없다. 학부모단체는 수능날 금방 수험생들을 호송해주거나 119, 경찰에 연결해 주기도 한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최미숙 공동대표는 “아이들은 시험을 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면서 “시험 보는 마지막까지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학사모는 지난 2002년부터 수험생 고사장까지 태워주기나 고성방가 차량 절도 등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캠페인도 벌여왔다. 최 공동대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서울 전역 지하철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rsquo;을 기원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후배들과 교사, 학교 구성원 모두가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ldquo;아이들은 시험을 보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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