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동’이란 단어가 어떻게 쓰이느냐고요? ‘야, 너 열심히 공부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 노동자 된다.’ 아파트 미화원 할머니를 보고 젊은 엄마가 딸에게 했던 말입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30여 년 동안 줄곧 노동문제 분야에서만 일해 왔다. 그는 한국사회가 노동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이란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의식이 발달한 선진국 같으면 젊은 엄마가 했던 발언은 형사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라며 “유럽에서는 노동과 노동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독일에서는요, 장관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합니다”고 말했다.

하 학장은 이어 “장관도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할 수만 있다면 총리가 된 뒤에도 노동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조합비를 계속 내고 싶다’고 말했거든요”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노동자 인터뷰 작성하기’를 과제로 내줄 때가 있다. 학생들은 처음에 당황스러워한단다. “노동자를 어떻게 만나느냐고 그래요. 저는 ‘가족 중에 우선 찾아보세요’ 합니다”

이 과제를 통해서 어떤 학생은 어머니가 18년간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하 학장은 “자신의 가족이 노동자인지 아닌지 비정규직인지 정규직인지 모르는 현상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이나 ‘노동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건 옳지 않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조합, 언론, 교육 등이 모두 맞물려 함께 부정적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 학장은 이러한 편견 속에서도 자신이 노동자에 속한다는 것을 깨닫고 노동조합에 참여하는 현상은 그간 계속됐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노동연구원 노조는 노조원 전체가 박사다. 이 노조 설립을 추진한 사람은 80년대 학력고사 1등 했었다. 1등을 했어도 그의 삶이 노동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이나 대학생은 앞으로 선택하게 되는 대부분 직장에서 노동조합과 만나게 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 가족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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