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하면 일용직, 막노동 이미지…“ 나와는 관계없다”
긍정적 이미지 교육 필요… 언론부터 바르게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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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솜 기자]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노동’을 이처럼 정의한다.

즉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을 노동하는 사람, 노동자라고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노동’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힘들고 고생스러운, 소위 ‘노가다’를 떠올리게 한다. 또 자신이 일하는 사람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이철수 외 지음, 철수와 영희 펴냄)’에서 ‘노동은 ( )다’라는 질문을 청소년에게 던졌다. 대부분 청소년은 ‘지겹다’ ‘뻔하다’ ‘지긋지긋하다’ 등 부정적인 단어를 선택했다. 노동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청소년에게 고스란히 이어진 모습이다.

작년 11월 부산에서 경찰이 여성 납치·강도 사건 용의자를 공개 수배하며 전단에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성명을 내고 공개수배 전단을 모두 수거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여 범죄용의자 인상착의를 설명할 때 ‘노동자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예전에 교수,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추진하는 중에 한 교수가 ‘나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노조 설립을 반대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상호 교육홍보실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노동이란 단어가 천시되는 사회에서 자신이 이 단어에 속할까 봐 두려워서, 또 노동자는 사회적 계급이 낮다고 인식이 돼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처장은 노동에 대한 편견은 “남북이 분단됐을 때 빈부, 계급, 노동이란 단어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한 데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며 “또 단어의 뜻을 이해 못하는 무지, 왜곡된 언론보도, 삶의 윤택함도 한몫을 차지하지 않았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민주노총 박성식 부대변인은 “반드시 깨져야 할 편견”이라며 “이를 위해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노동의 중요성과 또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에 대해서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먼저 노동조합, 노동운동을 이익단체의 활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행위로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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