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아닌 ‘마음’으로 글 써야 공감 형성”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인간과 개인 중심을 기조로 삼고 있는 근현대시가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감탄을 넘어서 진정한 감동을 자아내는 시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이고 개인 중심이 아닌 ‘전체에서 나를 보는 시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선비정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6일에 열린 ‘선비정신과 한국현대시’ 세미나에서 정효구 충북대 교수는 ‘선비정신과 한국현대시-근현대시 100년 이후를 생각하며’를 통해 “‘나’에 초점이 맞춰져 전개된 근현대시에 한계가 드러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자 나 자신이 아닌 ‘있다’라는 존재를 봐야 한다”며 시에 ‘극기복례’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사상을 접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 근현대시의 기조는 인간과 개인의 발견이 주를 이뤘다. 인간의 욕망과 취향에 따라 불안정한 자유를 노래하는 시가 많아졌고 이것이 곧 근현대시의 한계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경쟁사회에서 무조건 성공만을 인정하는 근현대사의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담기지 않은 능력은 존경과 공감을 자아내는 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근현대시는 예(禮)보다 탐닉을, 질서보다 자유를, 생명감의 발현보다 부정적 비판을 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시인은 세계와 자신에 늘 만족하지 못하는 대상”이라며 “(이러한 시를) 개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근대예술과 시가 강조하는 개성은 지금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를 ‘자아의 표현’이라고 말을 하는데 이 같은 내용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아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극기(克己)’ 등 선비사상을 도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 쓰기는 재능과 더불어 마음과 인격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정 교수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극기복례’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사상을 도입할 경우 시인은 공인으로서 생각해야 한다. 정 교수는 ‘수신’이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으로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 설명했다.

문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시 성향은 감탄을 자아내는 시나 시구(詩句)는 많지만 감동을 주는 시는 극히 적다. 감탄에서 감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시 읽기의 핵심인 ‘공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감탄이 재능에서 오는 것이지만 감동은 마음에서 온다”며 “능력으로만 쓴 시는 재주의 끝 지점에서 힘을 상실하지만 수신과 수행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 쓴 시는 감탄에서 감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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