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호 소설가

나는 MIT 출신이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어느 카지노의 보안부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식구가 미국으로 이민온 건 내가 9살 때다. 부모님은 남의 옷을 빨아주고 다림질해주는 가게를 열어 나를 공부시켰다.

그런데도 MIT를 나와 겨우 카지노에서 밥벌이를 하느냐고?

아, 그건 여러분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내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그 직업을 택하게 되었으며, 또 앞으로 얼마만한 수입을 올릴 건지 여러분은 상상도 못할 테니까 말이다. 나는 앞으로 2년 안에 300만 달러를 벌 작전으로 이 직장을 선택했다. 나의 학비를 대느라 등골이 빠진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빨리 한몫을 챙겨 부자가 되는 게 내 꿈이니까.

하지만 오직 돈벌이만을 위해서 내가 라스베이거스에 일자리를 잡은 건 아니다. 이 직업을 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무엇보다 이 카지노 업무가 나한테는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까닭이다. 마치 큰 상금이 걸려 있는 포커 게임에 참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맡은 일에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현찰이 뭉텅이로 오가는 장소인 만큼 곤두세워야 할 신경과 기울여야 할 노력이 만만찮다. 또 많은 사람이 돈을 좇아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곳이기에 항상 긴장과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부지불식간에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므로. 말하자면 카지노에서는 언제든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일상의 변화무쌍함과 긴장감이 오히려 나한테는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흥미와 도전의식을 유발하기 때문인데,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내 DNA 속에는 자극과 모험, 위기를 즐기고픈 남다른 코드가 숨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더라도 카지노의 대리 직급 연봉이라야 뻔한데, 2년 이내에 300만 달러를 벌겠다는 건 너무 황당한 소리 아니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목표를 기필코 성사시키려 한다. MIT의 명예를 걸고서라도 말이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그만한 돈을 벌지 정말 궁금하다고?

# 천장을 비롯한 카지노 내부 곳곳에는 감시 카메라가 무척 많다. 거미줄처럼 설치되어 있다. 객장 내부는 게임 테이블 1개당 보안 카메라가 거의 3대 꼴이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보안실에서는 어느 고객이든 그의 모든 행동과 동선을 감시 추적할 수 있다.

내가 맡은 부서의 주 업무가 바로 이런 카메라의 눈을 통하여 카지노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일이다. 특히 부정행위 적발은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돈을 따는 고객이 있으면 카메라의 포커스는 즉시 그 고객한테 맞추어진다. 무슨 수작이라도 부리지 않나 싶어서.

한데, 어느 날 웬 사내가 나타나더니 돈을 따기 시작했다. 그는 고액 바카라 테이블에서 게임을 했는데, 불과 한 슈가 끝나기도 전에 40만 불의 칩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나는 당장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내는 베팅할 때 외에는 손이 얌전했으며 이기면 칩을 거두어올 뿐이었다. 다시 10여 분쯤이 지나자 칩은 거의 50만 불에 육박했는데, 그 슈가 끝나자 사내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버렸다.

그런데 열흘 정도가 지난 뒤 또 사내가 나타났다. 역시 바카라 테이블을 찾았고 전과 다름없이 돈을 따기 시작했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했건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상한 점은 추호도 발견할 수 없었고 한 슈만에 47만 달러를 챙겨 사라져버렸다.

사내가 세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건 다시 근 보름 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사내는 생김새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원래의 그는 이십 대 후반이었으나 턱과 코밑에 수염을 달고 안경까지 써 오십 대 신사로 둔갑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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