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연간 쌀 소비량 (자료제공: 통계청)

넘치는 쌀 쌀 쌀
쌀 소비 촉진 해법 찾아라
아침밥, 성적·건강증진에 도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 수도권에서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 하는 이정민(31, 남, 수원 팔당구 인계동) 씨는 매일 아침 커피와 빵을 먹는다. 이 씨는 “장거리 출·퇴근이라 테이크아웃을 이용한다. 아침에 입맛도 없어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윽한 향기를 담은 커피와 함께 부드러운 빵을 살 때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하다고 전했다.

# 세종대 근처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이보람(26, 여, 서울 광진구 군자동) 씨는 인스턴트식품 예찬론자다.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다. 이 씨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 가격도 저렴해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대신한다”며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쌀보다 대체식품 소비 늘어
현대인들의 쌀 소비량이 크게 감소했다.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에 밀려 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쌀 소비촉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반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0양곡년도 가구부문 양곡소비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2.8㎏으로 전년(74.0㎏) 대비 1.2㎏(1.6%) 감소했다. 10년 전(2000년)보다는 연간 20.8㎏의 쌀을 덜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곡년도는 햅쌀이 생산되는 2009년 11월 1일 부터 쌀 소비가 마무리되는 2010년 10월 31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통계청은 “식생활이 다양화·편의화 함에 따라 대체식품(빵류 떡 라면류 즉석밥 씨리얼 등) 소비가 증가돼 가구부문 쌀 소비량이 지속적인 감소 추세”라며 “다이어트,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결식 및 소식하는 인구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대체식품 소비가 많은 비농가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9.8㎏으로, 농가 118.5㎏의 58.9%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쌀 소비 감소율은 주변국보다도 높아 일본의 3배, 대만의 4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0년 64.6㎏에서 2009년 58.5㎏으로 줄어 연평균 0.7㎏ 감소했다. 대만의 경우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0년 52.7㎏에서 2009년 48.1㎏으로 연평균 0.5㎏ 줄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연평균 2.1㎏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식생활 패턴이 일본·대만에 비해 같은 기간 동안 더 큰 폭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처럼 매년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쌀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정립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진홍 경기농업기술원 농업경제학박사는 “완전미율(쌀 핵 등이 섞이지 않은 품질 좋은 쌀)이 95% 수준으로 쌀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며 “하지만 외식이나 서구음식의 선호 등 현대인의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이천 쌀 등 쌀 브랜드 명성을 살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 경조사 문화에 쌀화환 바람이 불고있다. 지난달 13일 가수 김재중연합팬클럽이 기증한 쌀 화환 7톤은 김재중의 이름으로 결식아동 29명에게 1년간 후원하게 된다. (사진출처: 쌀 화환 드리미 제공)

◆‘쌀 화환’으로 나눔 활동
이처럼 쌀 소비량이 감소하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쌀 소비를 위한 촉진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쌀 화환’ 등 나눔 활동이 대표적인 예다. 결혼식·개업식·취임식 등 각종 경조사에 장식용 화환 대신 쌀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별한 화환이 필요할 때 사진과 문구의 멋진 스토리가 쌀로 제작된다.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만족도가 높아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다.

아이돌 팬클럽을 중심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요즘 팬들은 스타의 이름으로 쌀 화환을 보내 기부에 참여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 팬도 쌀 화환 보내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쌀 화환은 받은 사람이 직접 쌀을 사용하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 어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아침밥 먹고 쌀 소비 동참
쌀 소비 촉진 일환으로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12월까지 매주(수, 목) 아침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25개 행사 역사에서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으로 아침밥 결식률이 줄어들고 쌀 소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침 식사가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학업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통계자료를 통해 이미 입증된 상태다.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마이클 머피 교수가 2005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학생 그룹의 암기력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3% 높았다. 2002년 농촌진흥청의 아침밥과 수능성적 관계 조사에서도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는 학생보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한다’는 학생의 평균이 20점 가량 높았다.

또 농촌진흥청이 2006~2007년까지 2년 동안 서울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도 아침 식사로 과일이나 우유 한 잔보다 밥과 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행란 농촌진흥청 이학박사는 “아침밥 먹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면 쌀 소비 촉진은 물론 국민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꾸준히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쌀로 만든 떡·술·과자 등 가공식품의 개발도 쌀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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