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영유권 문제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고 잠잠할 만하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다. 너무도 오랜 세월, 지루하게도 끌어왔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사실상 그들 내에서도 억지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도쿄도 교직원 노동조합이 지리 분야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하라는 정부 방침을 거부하기로 해 일본 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일본 내 양심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도쿄의 교직원 노조는 올 여름 중학교 교과서 채택과 관련해 각 교과서를 비교 검토한 자료에서 “독도가 일본령이라고 말할 역사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부정한 것으로 이 같은 내용은 도쿄도 교원노조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기술한 지리분야 교과서 4종을 검토한 뒤 지난 6월 교사용으로 발행한 ‘2012년도 중학교 신 교과서 검토자료’에 들어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외무성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라고 주장해왔으나 도쿄 교원노조는 “독도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제도,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와는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 맞서 틀린 것은 틀리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들의 용기가 대단하다. 독도를 향해 뻗는 일본의 야욕은 문부과학성이 2007년 중학 사회과의 신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도 잘 나타난다. 이 해설서는 독도에 대해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영역에 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명기돼 있고, 내년 봄부터 사용되는 모든 중학교 지리교과서가 이를 다루고 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인 마냥, 역사의 한 부분인 마냥 만들어내고 있을 때 우리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선택과목으로 돌리려다 크나큰 철퇴를 맞기도 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씁쓸할 따름이다. 역시나 독도영유권 문제 또한 개인이나 민간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로잡고,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으니 ‘신라 장군 이사부가 지하에서 웃는다’는 노랫말이 새삼 폐부를 찌르는 것 같다.

도쿄 교원노조뿐 아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교직원 단체인 ’홋카이도교직원조합’은 지난해 11월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일축하고 한국의 주장이 올바르다는 내용을 기관지 ‘홋쿄(北敎)’에 실어 회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홋쿄는 “다케시마 문제는 한국의 주장이 바르다. 시마네(島根)현 등이 다케시마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행위는 일본의 침략·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그것도 교직원들이 나서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비판하고 있으니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이들이라 할 수 있겠다.

더욱이 도쿄 교원노조는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일본교육재생기구의 구성원 등이 집필한 이쿠호샤의 역사·공민 교과서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적대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대응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니 일본 내에도 살아있는 교육자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쁘기까지 하다.

이들의 주장이 언론에 소개된 후 비록 ‘교원노조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들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면 그것이 불씨가 되어 머지않은 날 그 진실이 밝히 드러날 것이기에 이만큼의 진전마저도 기쁠 따름이다.

또한 일본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이미지도 향후 한․일 관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얼마 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대학생들이 생각하고 바라본 대한민국은 ‘활력이 넘치는 젊은 나라’ ‘따뜻한 나라’다. 이들 중 몇몇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사이좋게 지내려면 일본인들이 과거 역사를 더 자세하고 정확히 배워야 한다” “한국 내 반일감정은 일본이 침략을 반복했기 때문에 생긴 것인 만큼 일본인들이 더 배우고 깨달아 풀어내야 할 부분이다” 등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이나 한국, 양국 모두 젊은 세대가 역사에 대해 제대로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 문제가 되고는 있지만, 역사를 제대로 알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異見)이 없는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지만 한국과 일본이 상생의 길로 갈 수 있음을 말하고 있으니 이 또한 양국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 같아 기쁘다. 비록 한․일 양국은 역사적인 문제로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고 있지만 일본이 역사관을 바로잡고, 일제강점기 때의 만행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아직 역사의 뒤안길에서 서성이고는 있지만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며, 과오 또한 밝혀지기 마련이니 역사 앞에 더 이상 거짓 없는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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