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말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종교계는 국민으로부터 골칫거리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 되어버렸다. 최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전국 16~69세 남녀 1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종교계 신뢰도가 5점 만점에 겨우 3.0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3.01)만도 못한 점수다.

종교계 중에서는 가톨릭(4.11), 불교(4.05), 개신교(3.34) 순으로, 영향력(53.2%)이 가장 큰 종교인 개신교가 특히 낮았다. 한국사회에서 꽤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개신교의 신뢰도가 낮은 데는 ‘종교 간 갈등의 원인 제공자’라는 원인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응답자 57%가 답한 이 종교 간 갈등은 사실 사회문제로도 비화될 만큼 심각한 문제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 한복판에서 외치며, 개신교로의 개종을 요구하고 있으니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할 만하다.

종교로 인한 갈등이 많다 보니 종교가 서로 연합해 사회문제를 비롯해 소외된 이웃, 북한 동포 돕기 등 여러 사업을 펼치고는 있지만 뒤돌아서면 역시 자기 종교가 최고다. 여기서도 단연 개신교가 일등이다.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은 시시때때로 단 위에 올라 이웃종교를 폄훼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고통 받는 이웃나라를 향해 ‘예수를 믿지 않고 다른 종교를 믿어 그렇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와 같은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용서와 사랑, 희생의 종교인 개신교에서 그것도 종교지도자의 입에서 그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과 마음속에 하나님의 말씀도, 예수님의 가르침도 없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 종교가 귀하고 소중하다면 이웃종교도 마찬가지임을 인정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도 않고 나와 다르면 무조건 다 이단․사이비요, 틀리다는 생각을 버리고 옳은 일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비단 개신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모든 종교가 편견과 오해, 자신이 이익에서 벗어나 옳은 것을 보고자 할 때, 자신들의 경전이 주는 가르침대로 살고자 할 때 진정한 종교화합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 또한 그렇게 될 때에 추락한 종교계 신뢰도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