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등 우리나라에는 유난히도 말에 대한 속담이 많다. 그만큼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게다.

옛 이야기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과 가장 맛없는 음식’을 주문한 사람에게 똑같이 혀(舌) 요리를 내놓은 주인장의 이야기가 있다.

이 또한 혀, 즉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함을 말해주는 우화이다.

말이 곧 영(靈)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좌우되기도 하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다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 사는 데 그토록 중요한 것이 말이건만 정치판은 예외인 듯하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이슈가 되고 유행이 될 정도건만 아직도 정치판은 말 그대로 말들의 난장판이다. 당의 대표들도 말 한마디 잘못해 곤욕을 치르기가 일쑤요,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국민들을 기만하는 언사 또한 적지 않다.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대학생들과의 미팅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쏟아냈다. 10.26 재보선 기간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공세에 열을 올렸다.

홍 대표는 지난달 31일 대학생들과의 ‘타운 미팅’에서 서울시장 보선 패배책임을 물어 자신의 퇴진을 압박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해 “꼴같잖은 게 대든다” “패버리고 싶었다” 등의 격한 말을 내뱉는가 하면, 대학시절 미팅 경험을 소개하며 특정 여대생들이 싫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어디 홍 대표뿐이겠는가. 청문회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상대를 비난하는 말, 기자간담회나 식사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말 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심판하기 위해 내뱉는 말들로 정작 본인이 심판받고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인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말 한마디에 자신이 저울질 당하고 있음을 안다면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도 않을 것이요, 공갈빵 같은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함부로 내뱉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아닌 공약 실천이 이슈가 되는 날이 오기를 감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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