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소디 인 평양] 북한 청소년의 끈끈한 조직문화
[랩소디 인 평양] 북한 청소년의 끈끈한 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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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휘제 북한전략센타 통일교육본부장
동국대학원 북한학전공(정치학박사)
통일부 통일위원

북한에서는 친구들끼리 의리가 좋습니다. 한번 친구는 끝까지 간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조직생활과 단체생활을 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은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를 헌법에 규정할 만큼 조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들은 유치원부터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 그리고 성인이 되더라도 끊임없이 조직 속에서 생활합니다.

탈북학생과 남한학생 사이에서 발생한 사례 한 가지만 봐도 북한의 조직문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남한 정규학교에 3명의 탈북학생이 입학, 2학년으로 편성됐습니다. 탈북학생들은 남한의 같은 학년 학생보다 나이가 2~3살 많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서 탈북학생들이 담배를 피웠는데(북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조기에 담배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청소년들의 술·담배로 인한 문제는 그리 큰 문제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선도부 학생에게 적발을 당했습니다.

당시 선도부는 탈북학생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탈북학생들은 남한선도부 학생(3학년)보다 1~2살 많은 형뻘이었는데, 선도부는 그런 사실을 몰랐으며 그들의 흡연습관도 몰라 탈북학생에게 얼차려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탈북학생들을 몇 대 때렸고, 이게 발단이 되어 선도부와 탈북학생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사안이 마무리되는 듯했는데, 어디서 불러왔는지 탈북학생들이 자기 또래 친구들 10명을 데리고 한꺼번에 몰려와서는 선도부 학생들을 모아놓고 잘못을 따졌습니다.

결국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탈북학생들이 어느새 연락을 하고 모였는지 참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이 집단생활, 친구, 의리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 일화를 통해 두 가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하나는 남한학생과 북한청소년의 문화(생활)차이에서 나타난 괴리현상, 또 하나는 북한청소년들이 친구들에 대한 우정·의리를 위해서 행동을 같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사소한 문화차이로 한 학교에서 발생한 남북한청소년들 간의 갈등이었지만 우리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줬습니다.

독일 통일 이후 동서 주민 간의 이질감은 현재 꽤 해소가 됐지만 그간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2만 3천여 명의 탈북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통일 한국과 함께해야 할 견실한 인적자원들입니다. 위 사례를 통해서도 봤지만, 생활 속 언제, 어디서든지 갈등이 야기될 소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간의 문화를 이해하며 간극을 좁혀갈 수 있도록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올 통일에 대한 ‘연습’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탈북자들은 정말 좋은 통일연습의 동반자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통일’이 한반도 통일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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