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권 과도해 본분 망각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정치인의 막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호프집 막말’이 구설에 오르는 등 정치인의 막말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인이 과도한 면책특권에 젖어 공인으로서의 본문을 망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홍신 전 의원은 1998년 대통령의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말로 파문을 일으켰고, 공성진 의원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의 뇌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지난해 말엔 천정배 의원이 이명박 정권을 겨냥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지난 4.27 재보궐선거 당시 최종원 의원은 “대통령 집구석이 형도 돈 훔쳐 먹고 마누라도 돈 훔쳐 먹으려고 별짓 다 하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문학진 의원은 “힘을 합쳐 이명박(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제거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비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막말도 물의를 일으켰다. 강용석 의원은 지난해 7월 대학생들과의 저녁식사에서 “아나운서를 하려면 다 줘야 한다”는 성희롱성 발언으로 여성계의 비난을 샀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9월 한 기자에게 “병 걸리셨어요?”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7월 민감한 질문을 한 여기자에게 “그런 걸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사과했다. 얼마 전 터진 ‘호프집 막말’ 사건은 홍 대표가 대학생과의 미팅에서 “이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고…” “패버리고 싶다” 등의 막말로 문제가 된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의 막말이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단 막말을 해놓고는 언론 보도로 인해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 뒤늦게 사과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는 식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상호 비방전과 막말로 고발이나 고소가 이뤄진다고 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거나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정치인의 막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가 희화화되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초래하는 것”이라며 “공인은 말을 천금같이 해야 하는데, 막말하라고 면책특권을 준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실장은 “정치인의 언행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이슈를 만들기 위해 여과 없이 말하거나 자극적인 말을 하면, 국민을 실망시키고 정치 불신을 부추긴다”며 “막말은 결국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