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여야가 대치 중인 3일 경찰이 FTA 반대자들의 국회 점거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 본청 주변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비준안 처리 놓고 신경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3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또다시 뒤로 밀리게 됐다. 이에 따라 비준안은 다음 본회의가 열리는 10일 이후에나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한나라당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한미 FTA 비준안이 상정되지 못한 본회의 개최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준안을 본회의에 곧바로 넘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직권상정도 심사기일을 미리 설정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에 걸렸다.

이날 한미 FTA 처리를 둘러싼 신경전은 한나라당이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 속에 긴박하게 전개됐다.

경찰은 외부 세력이 국회 진입을 시도한다는 첩보에 따라 아침부터 철통 경비를 섰다. 출입문에서 수십 명의 경찰이 신분증 등을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다. 국회 본청에는 오전 7시경부터 9시경까지 출입제한조치가 내려졌다. 일부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굳게 닫혔고, 국회의원과 출입기자, 국회상근자 외엔 출입이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

비준 저지에 나선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시도에 대비해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사흘째 점거했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전체회의장과 소회의실에 들어가려다 야당 측 의원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민주당 등 야5당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들은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비준안 저지 결사항쟁을 다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통과시키려 한다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A 비준 반대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은 한미 FTA 강행처리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미 드러난 독소조항, 입법권한 침해조항에 대해 재재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도 야당 측 견제에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민주당이 민노당의 2중대가 됐다”며 “민노당의 인질이 돼 한미 FTA를 방해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더 이상 발목을 잡는 이유를 한미 FTA에서 찾을 수 없다”며 “민주당 내에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황 원내대표는 막판 타결을 위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정이 맞지 않았다.

재야구국원로회의 의장단은 박희태 국회의장을 만나 “한미동맹을 위해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으므로 이번에 꼭 통과시켜 달라”며 한미 FTA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야권에 대해 “이제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국회 끝장토론이 마무리되고 여야 원내대표 간 마라톤협상을 통한 합의안도 마련됐다”면서 표결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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