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에 ‘시끌’… 지도부 사퇴는 ‘글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나라당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는 가운데 홍준표 대표의 ‘막말 논란’ 등이 터지며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보궐선거 이후 ‘지도부 사퇴론’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홍 대표는 얼마 전 ‘막말 논란’으로 빈축을 샀다. 젊은층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한 ‘타운미팅’ 행사에서 말실수를 한 것이다. 당 쇄신의 하나로 추진한 일이 오히려 벌집만 건드린 꼴이 됐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최고위원은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금 당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정말 반성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동안 지도부 사퇴를 주장해 왔던 원희룡 최고위원은 “당이 변화를 얘기하면서 변화의 대상이 되는 구태정치를 우리 스스로 계속 생산을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자기 정립부터 해야, 그 이외의 정책변화나 민심과의 소통에 대해 국민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질타를 받은 홍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사과했지만, 이번 일로 당내 불만과 불신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도부 사퇴’ 가능성 작아

그러나 지도부 사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무엇보다 친박계 등 주류 세력이 지도부 교체에 부정적인 데다 당내 계파의 이해관계가 민감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로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점도 현실론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안 부재론’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도부 사퇴 시 당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박 전 대표는 “지금 국민한테 굉장히 절실한 문제는 복지”라며 ‘조기 등판론’에 선을 그었다. 그 대신 한국형 고용복지를 제안하는 등 정책 행보로 방향을 잡았다.

그가 복지정책으로 현 정부 정책과의 차별성을 내세운 것은 대선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 당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대선을 준비하면서 긴 호흡으로 자신의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얘기다.

당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박계와 쇄신파도 지도부 교체가 달가울 리 없다. 친박계 좌장 격인 홍사덕 의원은 1일 MBC 라디오에서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지금 만약에 당 대표를 바꾸려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국민 눈에 곱게 비칠 리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이 지도부 사퇴보다는 서민 정책 실천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쇄신파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도 한 라디오에서 “사람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교체 무용론을 폈다. 그는 “지도부를 물러나라 마라 하는 것으로 논쟁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적인 요인도 지도부 사퇴론의 힘을 빼고 있다.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정국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FTA 비준을 밀어 붙어야 할 지도부를 사퇴론으로 흔들어 힘을 빼서야 되겠느냐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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