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직권상정說..월말ㆍ내달초 가능성도
野 외통위 회의장 사흘째 점거농성 이어가

(서울=연합뉴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둘러싼 여야간 대치가 격화되면서 비준안의 조기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야는 3일 현재까지 여전히 협상채널을 열어놓고 절충을 모색하고 있지만 ISD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차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점거 농성은 사흘째 계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외통위 회의는 아예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애초 주무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난항을 거듭할 경우 직권상정을 통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건 미비와 시기상조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야당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좀 더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면서 "직권상정도 어느 정도 요건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하기에는 좀 너무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당에서 직권상정 요청이 오지 않았고 지금은 그걸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FTA 비준안이 이날을 넘기면 일단 다음번 본회의가 잡힌 10일 직권상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선 24일 본회의나 아니면 아예 12월 초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권의 내부 동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강행처리를 할 경우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하는 만큼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비준안 처리를 늦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시간상으로는 한미 양국이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는 내년 1월1일 이전에만 통과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야는 이날도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또 여론 선점 및 조직적 대응을 위해 한나라당은 이해 단체와 함께 민주당 이외 다른 야당 지도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민주당 등 야5당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연석회의를 열며 공조의지를 다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민노당의 인질이 돼 한미FTA를 방해하는데 나서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마치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2004년의 탄핵상황과 같은 연출을 함으로써 한미FTA 문제를 총선용으로 악용하려는 민주당의 저의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야5당ㆍ범국본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 정권이 한미FTA를 강행처리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손해를 보는 FTA', `졸속FTA', `서민층이 많은 피해를 보는 FTA', `주권침해 요소가 있는 FTA'를 그대로 강행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을 강력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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