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연세대 생활관 차장·직업 평론가

남자가 많은 바람을 일으키는 현상을 ‘남풍(男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불기 시작한 남풍은 다양한 직종에서 불고 있다. 남풍이 부는 속도가 신속하면 선진국이다. 성차별 없이 사회가 진보한다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직업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그것은 다양한 직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중의 하나가 간호사이다. 약 26만 명이 넘는 간호사 직업에 최초로 남성이 진출한 해가 바로 1962년이다. 3공화국의 출범을 갓 시작한 시기에 남자 간호사가 최초로 등장한 것이다. 이전에는 여성이 주로 간호의 일을 했다.

지금은 4500여 명을 이미 넘어선 남자 간호사들이지만, 1960년대에는 간호사 직업에 주로 여성이 진출했다. 대학의 간호학과에서 여성을 다수 찾아보는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2년부터는 1년에 1천여 명의 간호 면허가 국가 간호사 시험으로 등장하고 있다. 바람직한 약진인 셈이다.

간호사를 하면서 직업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 간호사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남성 간호사들은 여기저기에서 일한다. 이들은 힘든 일을 맡아서 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이팅게일이 여성이었지만, 남성 간호사로서 나이팅게일 못지않은 남성 간호사의 등장은 시간문제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인 가정에 남성 가정부인 ‘매니(Manny)’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부를 대신해서 시장을 봐주고 가사를 챙긴다. 남성이 여성보다 힘이 반드시 센 것은 아니지만 매니는 남성의 강한 힘을 이용해서 가사를 돕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이러한 남성 가정부 직업에 남성 다수가 진출한 것도 최근이다. 이전에는 여성이 주로 가정부로 일한 게 우리나라의 직업 역사이다. 그러나 세상은 반드시 여성만 가정부로 일하게 하지 않는다. 이제는 한국 사회에 취업난이 가중하면서 고임금을 주는 남성 가정부를 만나는 일이 쉽다.

무거운 것을 들어 나르거나, 더러는 설거지하는 일도 이들 매니가 한다. 이 말은 일종의 조어(造語)이지만 그것이 지닌 의미는 크다. 직업 시장에 성별 차이를 넘어선 남풍이 상당히 거세게 부는 현상이 나타나는 방증이다. 간호학과에 다수의 남성이 오면 여성은 좋아한다. 여성 환자는 남성 간호사를 좋아하고, 힘센 남성이 가정부로 가사를 돕는 매니가 늘면 주부는 보다 편해진다고 한다.

가정 내에 로봇 청소기가 많아지면서 매니의 할 일은 줄어들어도 시장보기, 가정 일 챙기기는 중노동 중의 하나라서 매니의 출현은 당분간 주부의 일손 돕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불어라 남풍아. 여성들의 직종에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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