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김훈의 <남한산성>에 ‘낫·호미·도끼날을 독에 쟁여 뒤뜰에 묻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기자 출신인 그의 산뜻한 문장은 정평이 나 있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가물에 콩 나듯 실수할 때가 있다. 낫과 호미는 얼마든지 독에 쟁일 수가 있지만 ‘도끼날’은 도끼에서 도끼날을 떼어낼 수가 없는 게 일반적이다. “아마 낫과 호미는 자루가 짧아서 괜찮지만 도끼는 자루가 기니까 자루를 뽑고 쟁였다고 쓰려던 것이 그만 ‘도끼날’이 되고 만 것은 아닐까”라는 게 <우리말 소반다듬기> 저자의 분석이다.

김향숙의 장편 <벚꽃나무 아래>에서도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 ‘벚꽃’이 피는 나무는 ‘벚나무’지 ‘벚꽃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달래꽃’이 피면 ‘진달래나무’고 ‘철쭉꽃’이 피면 ‘철쭉나무’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함박꽃’이 피는 나무는 ‘함박나무’가 아니라 ‘함박꽃나무’다.

아울러 얼마 전 방송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면 ‘불리다’를 왜 ‘불리우다’라고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발생한다. 당시 방송사는 “저자의 의도를 존중해 주기 위해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 지점에서 “단순히 맞춤법이 틀린 것인데 그러면 당연히 고쳐야지 존중은 무슨 얼어죽을 존중인가”라는 저자의 혹평이 쏟아진다.

저자는 좋은 소설의 조건으로 ‘바른 문장’을 꼽는다. 어휘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작가들이 우리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견 및 신인작가가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을 꼬집고 낱낱이 지적함으로써 우리글의 참된 묘미를 되살린다.

권오운 지음 / 문학수첩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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