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울려 퍼진 총소리는 시대의 권력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지난 10월 26일 시민이 쏜 총소리는 무책임한 정당정치의 폐해를 알리는 경종이며, 다가올 선거를 통해 심판할 것을 미리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 또한 지난 10월 26일 선거결과에 대해 그냥 보내기엔 왠지 석연치 않다. 다시 말해 벌써 지난 얘기가 됐다 할지라도 무슨 말이든 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날은 우리 선거 역사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날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정당정치에 대한 시민과 국민의 매서운 채찍과 함께 기존 정치와 정당에 대한 시민의 반란이 있었던 날이며 정당대표가 아닌 시민대표를 통한 직접정치를 선언한 날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시정(市政)에 관한 한 화합하고 조정해야 하는 역할과 책무를 떠나 오히려 ‘무상급식 반대’라는 카드로 시정의 분란을 야기시키며, 시정보다 자신의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돌발행동은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권과 제도권의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무책임이 낳은 보궐선거의 결과는 혹자가 말하는 것과 같이 어느 정당의 승리요 또는 패배가 결코 아니다. 모든 정당의 패배요 수치요 정치와 정당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었다.

한나라당은 두말할 것 없이 선거결과가 패배를 잘 말해주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제1야당이며 수권정당이라 자처하면서 후보 하나 내지 못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민주당의 현실과 패배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으며 한심한 정당임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또 시민들이 정당대표가 아닌 시민대표를 택했다는 것은 박원순 시장의 승리도 아니며 제도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출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2012년 내년 세계는 선거로 인해 요동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U 프랑스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세계 주요국에선 주도권을 노리며 자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됨에 따라 세계는 중대한 고비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을 앞둔 입장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의회정치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 그리고 제도권에 무엇인가를 요구하게 하는 선거가 되었었다고 봐진다.

즉,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의 정치와 정당은 무엇이 변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를 선거 결과가 강하게 주문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편을 가를 때도 아니요 어디가 이기고 지고를 따질 때도 아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암울한 시대를 지금 살고 있다. 희망찬 미래를 내다보며 꿈을 키워 가며 일해야 할 젊은이들은 일할 곳이 없이 청년 백수가 되어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일할 곳이 없는 불안한 미래를 어디에 누구에게 맡겨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민심을 아는 시민대표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중요한 메시지를 남겼다. 나라의 주인은 역시 시민이요 국민이며, 그 국민들의 생각과 의식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젠 정치권과 제도권이 바뀌어야 한다. 이 같은 처절한 현실을 놓고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는 시민과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20대에서 40대는 누구 편이고, 50대 이후는 누구 편이라며 시민의 간절한 ‘호소와 애원’을 하나의 표로 평가절하하는 정치권은 깊은 회개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기성세대 역시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다’라는 말도 있다. 부정적 시각으로 주저앉아 있기보다는 긍정의 힘으로 오늘의 이 현실을 거울로 삼아 밝은 미래를 건설해 나가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미래에 대해 꿈을 꿀 수 있는 나라, 어느 특정인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잘사는 아름다운 나라, 편견과 편파와 오해와 왜곡 대신 진실과 이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 온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애쓰고 힘쓰는 나라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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