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무죄가 선고된 이후 한명숙 전 총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치 검찰은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물론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번에 이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선고는 검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조차 두 번에 이은 무죄선고로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재판과정에서의 무리한 수사였는지 입증책임에 관한 부실한 수사였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두 번에 이은 무죄선고로 그러한 문제점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명숙 전 총리의 말대로 정치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이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 속에 분명 정치 검찰이 존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기소행위가 정치 검찰에 의한 무리한 수사였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번에 이은 재판과정과 판결을 보면 아니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명숙 전 총리가 “이명박 정부와 정치 검찰의 추악한 공작이 단죄를 받았다”며 “저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런 검찰의 정치적 공세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 왠지 마음에 걸린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분명 국민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런 재판에 대해 검찰이 소홀하게 처리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무죄 선고된 내용을 보면 그것이 검찰의 한계인지 아니면 정치 검찰에 의한 무리한 기소였는지 구분이 안 가는 것도 사실이다. 두 번의 재판을 모두 승리로 이끈 한 전 총리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전략에 의해 승소를 했건 진실에 의해 승소를 했건 그 어떤 것이라도 검찰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전략에 의해 검찰이 패했다면 이는 검찰의 무능인 것이고, 진실에 의해 패했다면 이는 정치 검찰임을 자인한 셈이 되니 말이다.

한 전 총리의 무죄는 결국 검찰의 무능이냐 정치 검찰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우진 부장판사는 “금품을 전달했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고, 결국 검찰이 뇌물사건 무죄 이후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겠다. 물증을 갖춘 과학수사를 한다”는 말은 공염불이 되었다. 이쯤 되면 검찰에서도 뭔가 할 말이 있을 법한데 말을 아낀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국민에게 한마디쯤은 해줄 의무가 있을 텐데 말이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정확한 물증도 부족한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다면 이를 납득할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검찰의 권한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조직이다. 속된 말로 한 전 총리쯤 되니까 빵빵한 변호사에 의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이라도 해보지 일반 서민들이었다면 제대로 된 무죄주장도 못 해보고 감옥에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서민들이 느끼는 검찰에 대한 법감정은 검찰 개혁으로 이어질 만도 하다.

검찰은 항소를 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빠른 시일 내 밝히고, 항소를 할 것이라면 국민에게 납득이 갈 만한 항소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항소를 포기했다면 한 전 총리는 물론 국민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개혁의 길로 들어서야 할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은 더 이상 검찰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검찰이 무엇인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답을 구해보기 바란다. 이 재판은 검찰의 한계에 의한 무능인지 정치 검찰에 의한 기소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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