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문화답사

진시황 신하 서복이 불로초 구하러 왔다 탄복한 ‘글씽이굴’

통영과 거제도는 바다를 끼고 있어 통영한산대첩축제, 거제도바다축제 등 여름철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노을 지는 하늘빛만큼이나 샛노랗게 벼들이 익어가는 계절, 돌연히 통영과 거제도를 찾았다. ‘여행은 충전’이라고 말하지만 생애 충전보다 더 간절했던 게 있다.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 매 순간 목숨을 내어놓고 살았던 사람과 목숨을 연장코자 하는 왕을 위해 기약 없는 여행길을 떠났던 사람, 이 두 사나이를 만나보고 싶었다.

 

 

불로초 구했는가, 글씽이굴 다녀간 그대여

 

소매물도의 등대섬은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과 섬에 왔다가 육지로 나가는 배 시간을 잘 맞추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소매물도에 가면 꼭 보고 와야 하는 비경이 하나 있는데 기본코스로는 가볼 수가 없는 곳, 옛날 진시황의 신하 서복이 보고 반했다는 해식동굴, 바로 글씽이굴이다.

서복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한반도에 왔다가 글씽이굴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하여 서불과차(徐市過次, 이곳에 다녀간다)라고 써놓고 갔는데 그 후에 ‘글이 써진 곳’ ‘글쓴데’ ‘글씽대’ 글씽이굴로 불리게 됐다.
인터넷에서 소매물도를 검색해보면 서불설화가 내려오는 글씽이굴에 대한 글을 제법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글씽이굴은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해 나가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일부러 찾아 나서지 않고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이었다.

답사 일행이 소매물도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은 다름 아닌 글씽이굴이었다. 그래서 긴급히 고깃배 선장을 수소문했고 다행히 소매물도에 있는 한 식당 주인이 고깃배 선장을 연결해줬다. 우리는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기원전 219년 서복이가 되어 다시금 선착장으로 향했다. 글씽이굴은 파도가 만들어낸 조각품답게 기묘하면서도 신비로움을 갖춘 해식동굴 그 자체였다. 서복은 이런 깊은 곳에 불로초 하나라도 캐기를 원했겠으나 결국 찾지 못하여 제 나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불로초를 찾아 떠난 서복은 중국의 6개 나라를 통일한 진시황의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신하였다. 그는 도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예언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던 상급관료였다고 전해진다. 서복은 진시황의 불로불사에 대한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동남동녀 오백여 명을 데리고 왕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으며 동해로 향했다. 이 같은 서불설화는 신숙주의 해동제국기, 이이의 성호사설, 남해․통영․거제도․서귀포 지역의 문헌 등 각종 문헌과 해녀들의 노래 속에서 구전되어 왔다. 우리나라엔 통영 소매물도 글씽이굴을 비롯해 거제시 갈곶, 함양군 서암동, 제주 서귀포시 장방폭포, 금당포 등에 서불과차가 새겨져 있다.

천하를 가졌어도 죽음을 면할 수 없었던 진시황. 영생불사, 불로초가 정말 허황된 인간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오늘까지도 회자되고 끊임없이 찾고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물주와 단절된 그 무엇인가를 회복한다면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을 역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상취재: 이상면 편집장, 손성환 기자 / 영상편집: 손성환 기자 / 글: 박미혜 기자 / 사진: 최성애 기자)

*위의 자세한 내용은 고품격 문화잡지 ‘글마루’ 11월호 문화답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마루’는 전국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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