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호 소설가

강남제비들은 족집게 선생의 이 경고를 늘 가슴속 깊이 새겨두었다. 그리고 실전에 임해서도 5계명에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남제비들은 많은 불로소득을 올려도 그 부당성이 밖으로 드러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말썽이 생길 만한 거래는 사전에 걸러내어 아예 기피해버리니까 말이다.

하여튼 아무리 삼엄한 단속을 해도 강남제비를 쉽사리 소탕할 수 없게 되자 당국은 마침내 전 매스컴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강남제비 몰이에 나서게 되었다. 곧, 제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정직하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시민들한테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강남제비들, 이런 파렴치한 족속들을 몰살시키기 위하여 조만간에 강남제비잡이 전문폭탄, 즉 ‘강남탄’을 만들어 무제한 투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강남탄은 강남제비만 잡는 게 아니었다. 독한 항암제가 암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모두 파괴하듯 전국 각지의 모든 제비와 향락업계까지 다 이 폭탄의 피해를 입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 피해 비율로 보면 ‘제비도’로 무장을 한 강남제비보다는 소양과 지식이 부족한 일반 제비들과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업소가 피해를 입은 건 강남탄 때문에 전국의 제비들이 몸을 사리는 것은 물론이고, 유탄을 맞을세라 일반인들 또한 유흥업소 출입을 꺼리게 된 때문이었다. 그러자 국내의 향락산업 경기가 일시에 얼어붙어 버렸다.

잘 알다시피 유흥가 경기는 국내 소비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데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니 다른 내수시장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하자면 불경기의 도미노 현상이 생긴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세계 금융위기 파동까지 덮치자 나라 경제는 점점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총체적 불황이 전국을 강타하자 그 피해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쪽은 역시 서민들이었다. 사실 서민들은 내수시장이 잘 굴러가야지만 살아가기가 훨씬 더 수월하고 편리한 법이다. 그런데 소비가 얼어붙어 버렸으니 그들은 죽을 지경이었다. 특히 일용직 노동자들은 더욱 그 불황의 쓰나미를 누구보다 많이 뒤집어쓰게 되었다.

재래시장은 파리를 날렸고 지역 상가마다 손님이 줄어든다며 울상을 지었다. 택시운수회사 또한 체감경기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사업체 중의 하나였다. 빈 택시들이 승차장마다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눈물겨운 현상들이 모두 강남탄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국은 그 원인을 강남제비 때문으로, 혹은 세계적 경기불황 탓으로만 돌리고 있었다.

오늘도 매스컴에서는 제비 전쟁에 대한 소식을 톱으로 전하는 중이었다. 강남탄 덕으로 드디어 강남제비들의 보금자리 값이 조금 떨어졌다는 보도였다.

마침 그런 뉴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손님이 없어 운전석을 눕혀 졸고 있던 택시기사 하나가 발딱 일어나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염병할.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제비몰이 재미에 서민들 가슴 찢어지는지도 모르고….”

#이즈음 ‘강남 좌파’라는 무리가 새로 탄생했단다. 벌써 그 세력의 입김이 자못 만만찮다고 하는데, 세상은 참 요지경 같다. 하면, 이들한테도 무슨 학원 같은 게 있어 탁월한 가르침을 베푸는 ‘위대한’ 지도자가 존재하는 것일까. 강남제비들한테 제비 아카데미와 족집게 선생이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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