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1990년대 북한은 배급시스템 및 국정가격의 붕괴로 극심한 사회혼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경제 질서 위반행위가 급증했고 그 처벌 문제가 난관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생각할 게 있다. 언뜻 보기엔 김정일 위원장과 노동당의 ‘말’이 법이고 나머지 제도나 규율은 구차한 들러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사실 북한도 ‘법치주의’를 상당히 강조한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은 경제 질서 위반 사건을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 예심 검찰 재판의 과정을 거쳐 처리한다. 특히 예심은 행위자의 위험성의 정도를 심사하고 일반범죄와 국가 반범죄를 구분한다.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는 일반범죄 행위와는 달리 경제범죄라 하더라도 자본주의 제도를 추구하려는 적대적인 범죄행위로 규정하므로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반국가범죄로 인정되면 공민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는 일체 부정된다.

‘개인 고용’ 또한 주목할 만하다. 북한 형법은 노력착취 죄를 두어 돈 또는 물건을 주고 개인의 일을 시킨 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사적 고용은 자본가 등 타인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으로 북한 당국은 이를 노동착취가 일어나는 낡은 잔재로 취급한다.

그러나 국가에서 노임이 지급되지 않는 동안, 개인이 운영하는 공장에 들어가면 기존노임보다 10배는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형성은 가속화하고 있는 상태다.

책은 이처럼 북한 경제 질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경제 질서를 위반한 북한 주민이 어떠한 법적 처분을 받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과제다. 시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북한이 어떤 관점에서 경제 행위에 대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책은 북한의 경제 질서 위반행위 유형, 경제 질서 위반에 대한 규범적 접근, 처벌규정, 규범통제의 한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손행선 지음 / 한국학술정보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