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력사범 검찰 접수현황 (단위:명) (자료제공: 법무부)

 

자꾸만 증가하는 성범죄… 대안 없이 ‘불안감’만 증폭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1. 지난 5월 21일 고대 의대생 3명은 경기도 가평군의 한 펜션에서 동기인 A씨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A씨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 또 이들 중 2명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A씨의 신체를 촬영하기도 했다. 고대 의대생 3명과 피해자 A씨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6년 지기 대학 친구였다. A씨는 믿었던 친구로부터 범행을 당해 성적 수치심이 더욱 컸고, 사회적인 논란으로 신분이 노출되면서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2. 최근 영화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2000년부터 5년간 원생을 대상으로 교사들이 성범죄를 저질렀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의 김모 교장 등 교직원이 장애인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지난 2006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6명이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2명만이 실형을 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이 두 사건은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이뿐 아니라 2~3년 전 일어났던 조두순, 김수철, 김길태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끔찍한 성폭행 사건까지 성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

◆ 통계가 말해주는 성범죄의 심각성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노철래 의원(미래희망연대)에게 제출한 ‘성폭력사범 검찰 접수현황(2007~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일선 검찰청에 접수된 성폭력사범은 지난해 2만 1116명으로 2007년 1만 5819명보다 33.5%나 늘었다.

특히 2009년 ‘조두순 사건’을 비롯한 잇단 흉악 성범죄 사건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지난해 오히려 15.6%로 평균치의 2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청소년 강력범죄 중 성폭력이 2008년 464명에서 지난해 2029명으로 무려 337%나 폭증해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뿐 아니라 공무원 등 화이트칼라 직종의 성폭력 또한 전체 성폭력 증가율의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성폭력 범죄 피의자 가운데 직업이 공무원인 사람이 174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7년 132명과 비교할 때 32%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전체 성폭력 범죄 증가율 19%보다 13% 포인트 높다. 지난해 전문직 성폭력 피의자는 622명으로 3년 전인 2007년 436명과 비교해 43% 늘었다.

한편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 중 16세 이상 20세 이하 청소년이 452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 수치인 3159명보다 43%나 늘어 난 수치다.

이와 함께 초중고 학생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최근 4년간 4배 이상 급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민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06~2011.6 현재 연도별 시도별 학생 간 성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발생한 학생 간 성폭력 사건은 모두 516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166건에 비해 4.3배나 급증했다.

◆ 성폭행 늘어나는 원인 대체 왜?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성폭력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사회적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김하나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통념이 문제이며 이와 관련, 교육·예방책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교육적인 부분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함에도 정작 근본적인 방안은 무시된 채 정부가 강력대책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찰이나 검찰에 신고·기소하는 비율은 10%미만으로 매우 적다”며 “그러니 화학적 거세 등과 같은 강력한 처벌을 받는 사람도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그만큼 특정 몇 명만 빼고는 성폭력이 대부분 아는 사람에 의해 이뤄져 처벌보다는 합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폭행과 관련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기사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제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해 불안감만 증폭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정작 피해자에 대한 지원, 가해자 재범 예방교육 등 제도마련이 이에 부응하지 못해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성보호 차원에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이곳에서 방문교육과 체험학습을 통해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며 “가해자 교육도 수감자에 한해 교정·교화교육을 실시한다”고 언급했다.

김 사무국장은 “수감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극히 일부분에서만 이뤄지고 정작 교육이 필요한 가해자에게까지는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해선 비친고죄를 적용하지만, 성인여성에 대해선 아직도 친고죄를 적용하고 있어 더 피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그는 “친고죄는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이용해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며 친고죄 폐지를 주장했다.

◆ “타인 배려·인권 감수성 향상 교육부터”

전문가들은 만연해 있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대책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장기적 교육시스템을 마련하고, 가정 학교 지역사회 안에서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김 활동가도 “더디더라도 학교 성교육 체계화, 공익광고 통한 여성의 성 캠페인, 아동 성폭력에 대한 전문인력 양성 등이 필요하다”며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성폭력의 심각성을 느끼고, 피해자를 도와줘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현재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교나 회사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횟수가 1년에 100여 건에 이른다. 교육은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깨버리고 ‘나는 성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질 것인가’라는 자기점검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또 민간단체에서는 친고죄 폐지를 위해 준비 중이다. 김 사무국장은 “친고죄를 폐지하기 위해 우리 단체에서도 20년간 6만 7천여 건을 상담한 데이터를 가지고 증거자료를 만들고 있다”며 “처벌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친고죄를 이용해 합의하게 되면 피해자는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재범 가능성이 있는 가해자에 예산 등을 투자해서 교정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시급하다고 친고죄와 관련, 사법적인 절차가 개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노철래 의원도 “성폭력사범은 피해자와 가족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재범률도 높아 사법부의 엄중한 양형 적용과 예방을 위한 단속·교육·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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